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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FBI국장에 'FBI 청소' 주장한 40대 파텔…'트럼프 왕' 어린이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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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충성파' 캐시 파텔(44)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지명 사실을 밝히면서 SNS에 "파텔은 뛰어난 변호사이자 수사관이다"라며 "부패를 들춰내고, 정의를 지키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경력을 쌓아온 '미국 우선주의 전사'"라고 평했다.

파텔은 트럼프 1기 때 국가정보국 부국장,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선임 국장 등 안보 요직을 맡았다. 트럼프 1기 막판 몇 달간 국방부가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때 장관 비서실장이었다. 이때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업무 이양을 방해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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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충성파' 캐시 파텔(44)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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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이 FBI 국장으로 지명된 건 그의 책『정부 조폭』과 연관 깊다는 분석도 나왔다. 책에는 워싱턴 기득권 관료를 적극적으로 기소·처벌하자는 주장, FBI 최고위층을 숙청하고 법무부를 대대적으로 '물갈이'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트럼프는 이 책에 대해 "딥 스테이트(정부 내 기득권 세력)의 통치를 끝장내기 위한 로드맵"이라면서 "파텔보다 이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뉴욕주에서 인도계 이민자 2세로 태어난 그는 리치먼드대학에서 범죄사법과 역사학을 전공한 뒤 페이스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변호사 자격을 땄다. 국선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4년부터 3년간 공판 담당 검사로 일했다.

2017년부터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데빈 누네스 당시 공화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트럼프의 눈에 띄었다. 특히 파텔은 FBI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외정보감시법(FISA)을 악용해 트럼프 캠프를 부당하게 감시했다며 수사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파텔을 FBI 국장에 지명하면서 SNS에 "(파텔이) '러시아 사기 사건'(※러시아 스캔들 수사)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이번 대선 때 파텔은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러지 그룹 이사를 지내며 선거 운동을 도왔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파텔은 정권교체의 내부자'라 평했다. 트럼프 미디어 그룹에서 받은 파텔의 연봉은 최소 12만 달러(약 1억6700만원)라고 BBC가 추정했다.



'트럼프 왕' 동화책까지…자신을 마법사로 그려



이번 FBI 국장 인사는 트럼프 1기 때인 지난 2017년 임명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의 임기(10년)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나왔다. 내년 1월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뒤 레이 국장을 해임하고 파텔을 앉히겠다는 '계획'을 밝힌 셈이다.

내년 1월 취임 후 파텔이 FBI 국장으로 되려면 레이 국장이 자진 사임하거나, 트럼프가 레이를 해임해야 한다. 레이가 사퇴를 거부하고 트럼프가 해임을 단행하면, 트럼프는 집권 1기와 2기 잇달아 임기가 남은 FBI 국장을 해임한 대통령이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레이를 매우 싫어한다"면서 "트럼프는 레이를 임명한 지 몇 달 만에 반감을 품었고, 주위에 '레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FBI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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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이 2024년 10월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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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은 트럼프 충성파 가운데서도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힌다. 외신들은 그가 연방 검사, 국선 변호사 등으로 일하긴 했지만, FBI 국장에게 필요한 법 집행 경험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정치적이란 우려도 나왔다. 폴리티코는 파텔이 지난해 12월 팟캐스트에 출연해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을 '사기'로 규정하며, 트럼프 재집권 시 바이든의 승리를 도운 언론인 등을 추적해 기소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당시 파텔이 FBI 부국장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나오자, 윌리엄 바 당시 법무 장관이 "내가 죽기 전엔 안 된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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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이 낸 책인 왕에 대한 음모. 아마존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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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상원 인준 절차 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NYT는 "파텔은 FBI의 워싱턴 본부를 폐쇄하고, 간부를 해고하고, FBI를 '굴복'시키자고 주장한 인물"이라면서 "맷 게이츠를 법무 장관으로 임명하려다 실패한 시도와 비슷하다"고 평했다.

BBC에 따르면 파텔은 트럼프 관련 어린이책도 썼다. 『왕에 대한 음모』는 악당 힐러리 퀸튼이 도널드 왕을 폐위하려는 내용인데, 왕은 마법사 캐시의 도움을 받는다. 힐러리 퀸튼은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도널드 왕은 도널드 트럼프, 마법사 캐시는 본인을 빗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은 키퍼 코미(Keeper Komey)로, BBC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빗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한 코미 당시 국장을 해임했다. 이에 코미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의 수사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트럼프가 지명한 레이 현 국장은 트럼프 1차 임기가 끝난 후 기밀자료 반출 건을 수사하면서 FBI에 트럼프 저택 압수 수색을 지시해 트럼프 눈 밖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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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오랜 측근이자 정치 고문인 로저 스톤이 2024년 7월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손짓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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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텔을 천거한 건 트럼프의 44년 지기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스톤은 트럼프의 대선 경선 상대였던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인사에서 배제하라고 주장했고, 실제 트럼프가 이를 수용했다. 또한 스톤은 월가 출신 스콧 베센트가 차기 재무장관으로 거론된다는 글을 올렸는데,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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