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에서 철수한 시리아 정부군이 두고 간 탱크 위에 올라선 반군 세력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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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과 CNN·BBC방송 등은 이날 시리아 반군 세력 중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무장조직과 합세해 알레포에 주둔 중이던 정부군을 몰아냈다고 전했다. 반군이 알레포를 장악한 건 지난달 27일 대공세를 시작한지 3일 만이다. 이로써 알레포는 지난 2016년 12월 시리아 정부군이 점령한 지 8년 만에 다시 반군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아 정부군의 대패”라고 전했다.
반(反) 독재 민중 봉기에서 출발한 시리아 내전은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다. 알레포는 2012년 7월 반군의 거점이 된 뒤, 내전 과정에서 반군과 정부군의 탈환·재탈환이 반복되면서 도시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특히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뒤 알레포를 완전 봉쇄하고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대규모 인명 피해를 냈다. 2016년 반군이 항복한 뒤 지금까지 정부군이 알레포를 장악해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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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HTS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고속도로에 위치한 사라키브, 남쪽에 자리한 주요 군사 기지 등을 점령했다.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 세력도 알레포 동쪽의 군사 공항을 점령하기 위해 쿠르드 무장세력, 시리아 정부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면서 점령지역을 넓히고 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제롬 드레본은 이날 “아무도 알레포 함락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 도시엔 실제 방어선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반군의 도착 즉시, 모든 것이 열렸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날 반군들이 알레포의 고대 성채 아래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바샤드 알 아사드 대통령과 관계된 물건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 전투원인 알리 주마는 알레포투데이에 “나는 알레포의 아들이며, 8년 전 쫓겨났다 방금 돌아왔다”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세력이 알레포 중심부에 위치한 고대 성채 아래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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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도 반군이 알레포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부군 포격으로 반군이 진지를 구축하지는 못했으며, 정부군은 방어선 강화를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다.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최소 16명 숨지고 20명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숀 사벳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시리아가 정치적 해결을 거부하고 러시아·이란에 의존해온 데 있다”면서 “미국은 이번 공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를 찢는 반군 전투원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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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알레포를 장악한 HTS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하위 조직으로 2011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엔 ‘자바트 알 누스라’로 불렸다.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도 이 조직의 설립에 관여했다.
HTS는 현재 반군 세력 중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리아의 정치적 민주화와 무관하게 지하드(무슬림 성전) 이념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반군 연합 세력과 대립해왔다. HTS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조직을 키웠는데, BBC는 HTS가 이 지역에서 권력 기반을 구축해 사실상 지방 행정을 도맡고 있다고 전했다.
알레포를 함락한 시리아의 이슬람 무장 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전투원의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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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HTS는 군사학교를 설립해 장교를 훈련하는 등 수년간 반격을 준비해왔다. 이번 기습 작전에서도 무인기(드론)를 적극 활용하고 주력 공격에 앞서 특수부대를 배치하는 현대적인 군대의 면모를 보였다.
미국은 알 아사드 정권에 비판적이이나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HTS를 테러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 중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을 지원하고 있다.
알레포를 함락한 반군 세력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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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이란‧헤즈볼라, 각자 전쟁
CNN은 HTS의 기습 성공 배경에 대해 “시리아의 최대 동맹국인 러시아·이란·헤즈볼라가 모두 전쟁의 압박을 받으며 반군에 대한 경계심을 늦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시리아 정부 지원에 중심 역할을 하던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한 게 치명적이었다고 봤다.
이란도 대리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모두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시리아 내 이란 기지가 지난 1년 내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며 반군을 견제할 능력을 상실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리아에서 수천 명의 군대를 철수시켰다.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아 정부군 내부 기강도 사실상 엉망이며, 징집병 중 대다수는 정권을 방어할 의욕이 전무한 상태라고 전했다.
파괴된 가자지구 중심 데이르 알발라 시의 잔해 사이를 걷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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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러시아 등 시리아의 동맹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겠지만, 10년 전과 같은 지원은 제공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란과 동맹군 민병대가 더 이상 시리아 정부를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알레포 함락으로 알 아사드 정권은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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