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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거부권도 못 쓰는데'…윤 대통령, 사상초유 野 감액예산안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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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이른둥이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1.28.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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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일방 처리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거대 야당의 예산 폭주"라고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일단 대통령실과 여당은 "감액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야당은 "추가 감액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데다, 이러한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경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마저 불가능한 까닭에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야당 책임론을 부각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 예비비와 감사원, 검찰, 경찰 등 특활비 등을 대거 감액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에 따라 국가적 재난 대응이나, 마약 수사 등 민생 범죄 대응 여력을 크게 훼손시켰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예산을 감액만 하고 증액하지 않아 정부의 예산안 제출 이후 발생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보편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예산 증액이 불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기조인 '양극화 타개'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요구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어려운 분들에 대한 지원 예산 증액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비판에도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본회의 처리 전 추가 감액한 예산안을 들고나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다면 추가적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다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현재 감액한 것에서) 수정안으로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고, 예산안은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 제소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헌재 결정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행정부 차원에서 부처 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조정해 중요 사업에 재배정하거나 예비비를 활용하는 방안이 최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번에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예비비, 특활비 등인 관계로 그 효과는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일단 본회의에 통과된 예산안은 수정이 불가능한 만큼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안 편성 역시 현행법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편성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현행 국가재정법에선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만 추경안 편성이 가능하다.

일단 정부 안팎에선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 초 추경 편성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올해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속보치)은 한국은행의 전망치(0.5%)에 크게 못 미치는 0.1%에 그쳤다. 더딘 내수 회복세에 순수출 기여도까지 떨어졌는데 내년엔 수출의 증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최근 대통령실이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이러한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정치권에선 오는 2일 야당의 감액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위해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방송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우 의장이 여야 합의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단 원론적이긴 하나 "정부와 여당인가 수정안을 가져오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야당 역시 예산 증액에 대한 지역구 민원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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