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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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AI 교과서의 교육 격차 완화 효과를 강조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AI 교과서가 “교육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라며 ‘격차’를 25번 언급했다. AI 교과서를 도입하면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도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우는 AI 교과서 ‘교육 격차 해소론’을 뒷받침할 근거는 미흡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학술정보원)은 지난해 1월 펴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기술 적용 방안 연구’(이하 교육 격차 보고서)에서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격차 해소에 미치는 효과는 직접적으로 연구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정제영 학술정보원장은 올해 10월11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AI 교과서는 현재 실물이 없다”며 “AI 교과서의 효과성 연구는 향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술정보원은 AI 교과서 추진을 총괄하는 교육부 산하기관이다.
교육 전문가도 학업성취도 중심의 ‘교육 격차 해소론’은 허상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학업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의 학습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검증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I 교과서 제작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AI 교과서 교육 격차 해소론의 근거로 내세우는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교육 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사칙연산’이나 ‘쓰기’ 등에 한정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뿐 교과 내용 전체를 다루는 AI 교과서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교육 격차 해소 효과를 살펴보는 연구도 ‘효과가 있다’는 쪽과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둘 다 있다”며 “수업 전체를 아우르는 AI 교과서의 교육 격차 해소 효과를 확인하려면 교사 역량, 기기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AI 교과서의 교육 격차 해소 효과가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교수는 “문제 풀이를 하지 않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70%가 일반학급에서 비장애인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며 “AI 교과서는 기기의 사용이 복잡하고 텍스트 중심이라 불필요하게 장애가 부각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미 학원에서는 성적이 부진한 학생을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소수 그룹으로 모아 놓고 교사가 가르친다”며 “학원에서 경험한 실패가 학교에서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학교가 AI 교과서를 ‘교과서’로 활용하지 않으면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교육부의 주장을 두고도 교육 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AI 디지털교과서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안이 부쳐져 있다. 교과서는 의무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해당 법안을 겨냥해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은 “AI 교과서의 효과를 모르는데 (AI 교과서를) 안 쓴다고 교육 격차가 벌어진다고 어떻게 단언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학교별 재량을 주면 AI 교과서를 쓰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비교해 교육격차 해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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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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