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기자 |
3분기 가계 소비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늦더위가 이어진 데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자 '옷과 신발부터 안 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화 소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도·소매 자영업 비중이 높은 40대 가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1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290만7000원) 중 의류·신발 지출은 1년 전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율은 3.9%로 분기별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9년 이래 가장 작다. 작년 4분기만 해도 6% 수준이었던 의류·신발 비중은 올해 1분기 4.4%, 2분기 5.4%로 내려앉더니 3분기에 3%대까지 떨어졌다. 산업활동동향 소매판매 통계에서도 의복 판매액은 지난해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비필수재 중심으로 상품 소비를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1년 전과 비교해 자동차 구입(-24.8%), 주류(-2.6%), 담배(-3.2%)와 같은 지출은 줄고 필수 소비로 꼽히는 식료품·비주류 음료(0.6%), 주거·수도·연료(12.6%) 등의 지출은 증가 추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 상황에선 여행·외식 같은 서비스 소비보단 상품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절적 요인과 인구 구조적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이 공개한 10월 기후 분석 결과를 보면 전국 평년기온은 16.1도로 1973년 10월 기온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가을옷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를 이유로 꼽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이 든 사람들은 옷을 많이 안 사는 경향이 있다. 한창 왕성하게 의류를 구매할 젊은 연령대 인구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건 도·소매 자영업 비중이 높은 40대 가구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40대 자영업자(115만2000명) 중 도소매업 종사자는 23만3000명(20.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재화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3분기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사업소득은 10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1%(16만2000원) 감소했다. 1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동향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제 허리 격인 40대가 위축될 경우 나라 전체 경제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내수 시장에 소비가 소폭 늘 것이란 전망도 있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1.3%)보다 높은 1.8%로 예측했다. 한은도 민간소비가 올해 1.2%에서 내년 2%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KDI 실장은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금리를 연속적으로 내렸고, 수출 온기가 확산되면 내수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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