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감액예산안 본회의 통과하면 상임위 증액분 모두 불발
호남 고속철, 새만금 신공항 등 野 텃밭 예산 증액도 무산
與 "피해는 국민에게" 野 "잘못된 예산 정상화"…네탓 공방
'감액 예산안' 의결에 퇴장하는 여당 |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김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예산 증액까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감액 예산안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정부는 내년에 감액된 예산만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예산안은 법률안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임위 심사에서 증액된 예산들은 정쟁과 별개로 민생,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 발전과 관련이 있는 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감액안의 본회의 통과 시 국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을 정부안 대비 1조6천379억원 증액했고, 질병관리청 소관 코로나19 예방 접종비를 3천229억원 늘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으로 지목한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사업을 약 400억원 늘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2천억원), 소상공인성장지원 예산(3천450억원),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 예산(1천600억원) 등이 주요 증액 항목이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을 3천217억원 증액했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예산이 52억2천300만원, 양육비이행관리원 지원 사업이 26억7천200만원 늘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 소관 예산에서 서울시와 경기 김포시의 노후 하수관로정비 사업에 약 1천164억원, 경기도의 가축분뇨공공처리 시설 설치 지원에 약 411억을 각각 증액했다.
이처럼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뿐 아니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점 사업들에 대한 예산 증액도 무산될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과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예산 확보 등을 포기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2조원이 신규 반영됐던 예산이다.
감액안 통과 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도 무산된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 277억원, 새만금 신공항 적기 건설을 위한 관련 공사 예산 100억원을 증액했다. 인천 및 수원발 KTX 운행을 위한 예산은 각각 70억원, 53억원을 증액했다.
증액 없는 예산안을 두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여야는 서로를 향한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을 외치면서 민생 예산 증액을 포기하고, 오히려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예산을 감액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조원이 감액된 재해대책비 등의 예비비, 43억원 감액된 우크라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497억원이 감액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감액해서는 안 되는 예산으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임위에서 의결된 예산 증액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피해가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는 민생을 파탄 내고 국정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예산 증액 협의에 진정성이 없었다며 감액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조4천억원 수준의 예비비 감축과 특수활동비 삭감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과도한 예비비와 명분 없는 특활비 일부를 삭감한다고 국정이 마비되거나 민생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정부·여당이 그간 증액 심사 요청에 전혀 응답하지 않아, 잘못된 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 예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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