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배효정 충북 음성화훼집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시설하우스가 내려앉아 재빨리 하우스로 들어가 기둥을 설치했다”며 지난 폭설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그의 연동형 시설하우스는 중간이 내려앉아 작물에 닿을 듯했다.
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배효정 음성화훼집하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지지대로 인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시설하우스에서 폭설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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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화훼농가는 더 심각하다. 물기를 머금은 눈 ‘습설’로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울 수 없어 하우스가 바닥으로 주저앉은 곳이 태반이다. 이들 농가는 하우스당 평균 2600㎡를 넘어 중간이 내려앉으면 전체 하우스가 함께 붕괴한다.
농민들은 며칠째 주저앉은 하우스 내부 온도를 유지하고 작물을 옮기는 등 안간힘을 쓴다. 이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더욱이 화훼 작물은 재해보험 가입이 안 돼 농민들은 애를 태운다. 배 대표는 “화훼 농사는 모종이 생명인데 이거라도 살리기 위해 난방이 되는 하우스로 옮겨야 하는 데 사람이 없다”며 “작은 작물과 큰 작물이 몇만원씩 차이가 나고 화분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 보험가입이 어렵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원봉사에 힘을 보탠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아직 화훼 작물의 재해보험이 가입이 안 돼 안타깝다"며 "농가의 폭설 피해복구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오류리 한 화훼농가 연동형 시설하우스 중간이 폭설에 주저앉은 가운데 음성군의회 의원과 직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작물을 옮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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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음성군 삼성면 청용리 화훼 집하장에는 100여명이 화분을 들고 오갔다. 망가진 작물은 흙과 함께 버려졌다. 집하장을 비워 무너진 시설하우스 내 작물을 옮기기 위해서다. 유곤현 새마을운동 음성군지회장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휴일에 협조를 요청해 100여명의 회원이 일손을 돕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음성군의회도 팔을 걷었다. 군의원 8명을 비롯한 직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작물을 옮겼다. 김영호 음성군의회 의장은 “의회 회기 중이지만 일손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폭설 피해 농가에 일손이 부족해 작물이 다 얼어 죽게 생겼는데 난감하다”고 했다.
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용리 음성화훼집하영농조합법인 앞에서 새마을운동 음성군지회 회원, 군청직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화분에 담긴 작물을 버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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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에 따르면 음성군에는 지난달 27~28일 이틀간 38.3㎝의 눈이 왔다. 충북에는 지난 28일 오후 8시 기준 시설하우스 17동 6.34ha 농작물 0.68ha, 축사시설 75동 3.669ha의 폭설 피해가 접수됐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29일 음성군 금왕읍과 삼성면 일원 피해농가를 찾아 “지역 농가의 심각한 피해로 봐서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농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쌓인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도 이어졌다. 삼성면사무소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중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고 있다. 농민들은 트랙터 등으로 눈을 치웠다. 권오민 삼성면장은 “눈이 온 날부터 굴삭기 4대와 덤프트럭 2대 등으로 제설작업을 해 출입로를 확보하고 있다”며 “시설하우스 등 작물 피해농가 복구에 주민들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용리 음성화훼집하영농조합법인에서 새마을운동 음성군지회 회원과 군청직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무너진 시설하우스 작물을 옮기기 위해 집하장을 정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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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도 힘을 모았다. 군은 이날 화훼농가의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종묘와 화훼 집하장 이동을 위해 인력을 지원했다. 또 민간단체 등에 협조요청도 했다. 이날 삼성면 피해농가에서 만난 조병옥 음성군수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폭설은 전례 없는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한 현장복구 일손돕기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음성=글∙사진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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