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6일 팔라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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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집권 민진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내린 ‘한국 계엄 옹호’ 글 때문에 사과를 요구받고 있는 라이칭더 총통이 계엄으로 인한 잘못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8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전날 북부 신베이시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기념행사에서 “역사의 잘못은 용서할 수 있지만 잘못된 역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이 38년간 계엄 통치를 겪으며 경제, 법치, 인권에 매우 큰 상처를 입었고 지금 사회도 영향받고 있다면서 “정부는 과거의 정의롭지 못한 역사에 겸허한 자세로 대처하고 대중이 권위주의 통치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 총통은 “민주주의와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잃어버리기도 쉽다”며 민주주의, 자유, 인권의 공동 수호를 위해 단결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민진당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SNS 스레드 공식 계정에 계엄 옹호 발언을 올렸다 비판을 받고 급히 삭제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해당 글에는 “한국 국회가 친북세력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대만 입법원에서도 국민당과 민중당이 각종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위헌적으로 권력을 확장하며 국가안보 관련 제안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진당 SNS 담당자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중국의 압박을 받는 대만 처지를 조명하기 위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야말로 37년간 지속된 세계 최장기 계엄령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그 사실을 잊었느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야당을 대하는 태도가 윤석열 정부와 똑같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야권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 6일 팔라우 순방 중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계엄 옹호 논란에 사과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라이 총통은 이때에도 “민주주의는 어렵게 쟁취한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하며,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연합신문망이 전했다.
대만에서는 1949년 장제스 국민당 정권이 발령한 계엄령이 1987년까지 이어졌다. 부자지간인 장제스·장징궈 총통이 집권한 이 시기 대만 정부는 반공 구호를 앞세우고 ‘불순분자’를 뿌리 뽑는다는 명분으로 반체제 인사를 숙청했다. 대만인들은 이 기간을 ‘계엄 시대’라고도 부른다.
민진당은 민주화운동 및 대만민족주의 세력이 주축이 돼 1986년 9월 창당했다. 대만의 민주화 운동의 압력으로 장징궈 총통이 1987년 7월 계엄 해제를 선언한 이후 본격적으로 세를 불렸다. 이후 대만에서는 정당 결성 금지와 신문 창간 금지, 중국 본토로부터의 독립을 선동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100조를 폐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계엄시대를 종식했다.
☞ 대만 민진당, ‘계엄 지지’ SNS 글 올렸다가 삭제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52156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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