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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인터뷰] ‘트렁크’ 서현진 “앵글, 색감 모두 제 취향…여백 많은 대본 매력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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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노인지 역
“‘뭘 더 보여줘야지’ 보다 ‘조금 덜 해야지’란 생각으로 연기”
“공유, 새로운 모습 봤다…외롭고 되게 남자인 얼굴”


스타투데이

넷플릭스 ‘트렁크’로 돌아온 서현진. 사진 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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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까지도 생각해봤는데 저는 인지가 상냥해서 좋았어요. 누군가를 응원하고 화 내주는 것도 그렇고. 직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어떤 사람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해서라 생각해요. 나중에 스스로 들어간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지난 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트렁크’(연출 김규태, 극본 박은영)에서 상처투성이 내면을 끌어안고 매일을 사는 여자 ‘노인지’를 연기한 서현진은 “앵글도, 색감도, 분위기도 다 제 취향이었다”고 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연출로 분위기를 표현한 점이 좋았다”며 공허하고 메마른 내면을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게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뭘 더 보여줘야지’ 보다 ‘조금 덜 해야지’란 생각으로 연기했다”는 그는 “여백이 많은 대본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클로저’와 방향성이 비슷했죠. 괴롭다는 것이 풀 백샷으로 표현돼요. 직접적이지 않고 덩그러니 외로움을 표현하는 게 좋았어요. ‘희한한 인테리어다’ ‘없던 병도 생기겠다’ 감탄하면서 세트를 봤던 기억이 있어요.”

‘트렁크’ 속 노인지(서현진 분)는 결혼이 직업인 여자다.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의 직원인 그는 남들과 다른 결혼을 원하는 회원들에게 고용돼 ‘기간제 아내’로 일한다. 성정체성을 숨기고 싶은 성소수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등이 그가 만나는 고객들이다.

“자신의 연약한 면을 딱딱한 껍질에 숨기고, 껍질을 늘 짊어지고 있는 모습 같았어요. 100의 감정을 10의 정도로, 최소한의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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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때문에 혼자가 되어버린 인물 노인지 역을 연기한 서현진. 사진 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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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은 특유의 예민함, 날 서 있음 너머로 정원을 만나면서 겪게 된 진정한 의미의 용기, 서로를 갈망하는 내면 깊은 곳의 순수함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는 저 안에 있지 않은 캐릭터를 꺼내진 않아요. 확대하고 변화하고 변주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노인지 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제 안에 있어요. 물론 인지의 직업이 평탄한 직업은 아니죠. 그가 살아온 삶도 그렇고요. 인지의 사회적 삶과 내면적 삶 간의 괴리를 대비하면서 이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트렁크’는 1년짜리 계약 결혼으로 맺어진 노인지와 한정원(공유)이 함께하며 결핍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소재 탓에 공개 직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서현진은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인지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어서 대본을 선택한 거라 거부감을 갖진 않았다”고 했다. “작품을 찍을 때부터도 이건 좋아하는 사람들은 되게 좋아하고 아닌 사람들은 불편해할 거라 생각했다”며 자신의 가치관과는 다르게 대본을 마주했다고 밝혔다.

“사람마다 사회적 얼굴이 있고 내면이 있는데 인지의 직업은 사회적 얼굴이고 도하의 집에 들어가면 인지의 내면이 나오는 거라 여겼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톤 자체가 어둡기 때문에 가볍게 하루의 마무리로 볼 드라마는 아니라 생각했어요. 주말에 푹 쉬시고 ‘심심한데 오늘 한 번 몰입해 볼까?’ 하는 분들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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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호흡을 맞춘 공유 서현진. 사진 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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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지독히 외로워진 남자 ‘한정원’ 역을 연기한 공유와는 첫 호흡이었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연기 앙상블은 이 작품의 ‘시그니처’이자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지점이었다. 각기 다른 이유들로 냉담하지만 ‘남과 여’의 텐션은 잃지 않았다. 한 앵글에 담기기만 해도 묘한 긴장감과 애틋함이 흘렀다. 서현진은 “현장에서 한정원 자체로 존재하는 것을 보며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정원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죠.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했는데, 여전히 열려 있어요.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또 유머가 있죠. 저는 유머가 별로 없어서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많이 따라가려고 했죠.(웃음) 선배님의 새로운 면을 찍으면서 많이 봤어요. 많이 외로워보이는 얼굴, 되게 남자인 얼굴을요. 좋았어요.”

서현진은 공유가 아름답고 섹시하기까지 했다고 호평한 ‘척주뼈 연기’ 얘기가 나오자, “따로 다이어트를 하진 않았다”며 미소지었다. “반려견을 챙기다 보니 두 배로 힘들었다. 지금보다 4~5kg 빠졌다”는 것. “그 모습이 캐릭터에 맞았던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노인지는 굴레에 갇혀 있던 한정원을 세상 밖으로 꺼내준다.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당신과 자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서현진이 가장 좋아하는 신이기도 하다.

“‘당신과 자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저는 ‘알아둘게요’ 했죠. 인지의 대답을 좋아해요. 그런 류의 고백을 했을 때 예스도 아니고 노우도 아니고 세이브잖아요. 정확히 인지를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잠시 보류. 이런 느낌의 사람인 것 같아, 그 대사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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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은 “인지가 외로운 사람들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냥한 사람이라서 좋았다”고 했다. 사진 ㅣ넷플릭스


서현진은 그동안 작품이나 연기 활동 외 언론 인터뷰 자리를 자주 갖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 역시 2016년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이후 약 8년 만이라 했다. “작품을 통해 보여드린다 생각했고, 인터뷰는 사족을 붙이는 것 같더라”며 “정답지를 드리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인지가 남자친구 집을 5년간 지키고 있는 게 공감이 됐어요. 인지만 느낄 수 있는 고독이었거든요. 저 역시도 집 밖을 잘 안 나가는 스타일이라 변화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내 삶이 너무 고여 있나? 섬 같은가?’ 생각 할 때가 있었죠. 인지가 카약을 타면서 ‘이곳은 나만의 섬 같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너무 공감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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