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혁신 위해 AI 도입 경쟁
일러스트=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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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CSR(사회공헌)팀 김상현 선임은 최근 사내에 도입된 인공지능(AI) 서비스 챗엑사원을 자신의 ‘부사수(副射手)’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전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관련 규제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이젠 “최신 법규 현황과 다른 회사의 사회공헌 사례, 트렌드를 분석해줘”라고 명령만 하면 수초 만에 답변이 바로 나온다고 한다. 후배에겐 ‘보완 요청’도 여러 번 하기가 미안한데, AI엔 끊임없이 계속 물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선임은 “시간을 아낀 덕분에 핵심 업무인 프로그램 실행과 피드백 분석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 자체 AI 서비스가 점차 확산하며,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많은 기업이 보안 문제 때문에 AI 쓰기를 꺼렸지만, 데이터의 외부 유출 걱정 없는 자체 AI를 사내망에 구축한 이후로는 경쟁적으로 활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 “주요 그룹 보고서 초안(草案)은 이제 차장급이 아니라 AI가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뿐 아니라 해외 논문 요약, 타 부서에 자료 요청하기, 회의록 작성과 같은 업무를 각 사의 AI 서비스가 ‘막내 직원’처럼 도맡으며 벌어진 일이다.
그래픽=박상훈 |
◇대기업 파고든 ‘AI 막내사원’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치열한 AI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말 선제적으로 업무용 AI ‘가우스’와 ‘DS어시스턴트’를 도입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LG그룹은 지난 9일 AI 에이전트(agent·비서) 서비스인 ‘챗엑사원’을 전사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SK그룹도 다음 달 SK텔레콤과 SK C&C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그룹 관계사 20여 곳에 업무용 AI 서비스인 ‘에이닷 비즈’를 전격 적용하기로 했다. 사내 임직원의 AI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를 발판 삼아 외부로 사업을 확대하는 ‘AI 수익화’를 노리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소프트웨어(SW) 코딩 분야에서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가전,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부문은 ‘코드아이’, 반도체 부문은 ‘코드메이트’라는 코딩용 AI를 각각 쓴다. 삼성 관계자는 “AI가 기존 제품 개발 코드를 학습해 제품 특성을 반영한 코드를 제안한다”며 “과거엔 처음부터 직접 코딩을 했지만, 이젠 AI가 만들어준 초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현재 삼성 완제품 부문 SW 개발자의 약 60%가 AI를 쓰고 있다.
대기업 AI는 ‘만능 신입사원’ 수준이다. LG 챗엑사원이 14개 직무, 133개 업무별 지시문과 맞춤형 답변을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SK의 ‘에이닷 비즈 프로’는 인사팀의 채용 서류 심사, 홍보팀의 보도자료 작성, 법무팀의 판례 검색 등 각 직무에 특화돼 있다. 롯데그룹 마케팅 부서들이 지난 7월부터 활용 중인 AI ‘에임스’에는 시장 분석과 광고 콘텐츠 제작, 매체 전략 등 87가지 마케팅 기능이 탑재돼 있다. KT는 기존에 직원들이 하던 스팸 탐지 업무를 AI에 맡겼다.
◇ 신입사원 OJT도 AI가 맡아...일하는 문화도 달라져
AI를 써 본 직원들은 ‘잡일’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롯데의 막내급 직원들도 AI 서비스 ‘아이멤버’가 나온 이후 회의록 작성 업무에서 해방됐다. 원래는 참석자 발언을 일일이 받아쳐 회사 양식에 맞게 정리해 보내는 게 ‘큰일’이었는데, 이젠 회의 전 참석 인원과 이메일만 등록하면 AI가 60분짜리 회의 녹취를 단 2분 만에 정리해 발송까지 끝낸다.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관련 부서엔 지난 7월 AI 비서 ‘아쿠아’가 도입되기 전까지, 타 부서에 요청할 데이터 수요를 취합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이 부서 이정미 책임은 “콘텐츠 전략과 사업 방향을 짜려면 고객 데이터가 필수인데 직접 추출할 수 없다 보니, 수많은 담당자를 거치느라 길게는 10일까지 걸렸다”며 “이젠 AI에 질문하면 1분 내로 답변이 나오고, 코딩에 바로 붙여넣을 수 있는 양식까지 만들어준다”고 했다.
워낙 많은 사내 정보를 알고 있다 보니 신입사원들 ‘사수’ 역할도 한다. AI에 팀 업무 매뉴얼이나 사내 인사·복지 정보, 각종 기술 용어 설명이 탑재돼 있다 보니 신입 사원들이 챗봇으로 쉽게 물어볼 수 있어 OJT(현장 직무 훈련)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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