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통해 “계엄은 통치행위” 되풀이
“탄핵·수사 맞서겠다” 자진사퇴 거부
與 당략 떠나 국회서 민의 받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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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마비의 망국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며 “탄핵이든 수사를 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도 했다.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했는데도 대통령의 인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니 기가 찰 일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려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광란의 칼춤”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걸핏하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거야의 폭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위헌적 ‘비상계엄’을 사용한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군 투입 관련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할 군을 불법으로 동원한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니다.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진입에 대해선 “지난해 선관위를 비롯한 헌법·정부 기관에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지만, 선관위가 헌법기관을 내세워 국정원의 점검을 완강히 거부해 전산시스템 점검을 위해 그랬다”고 했다. 내부 조력자의 조직적 가담 없이는 선거 시스템 해킹이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견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진배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 직후 윤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위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원내대표 선출 의총에서 한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간 고성이 오갔고, 신임 원내대표로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이 뽑혔다. 윤 대통령의 국정 난맥을 방조해온 다수 친윤계가 또다시 자기 계파 의원을 지지한 것은 참으로 몰염치하다. 당장 권 신임 대표는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14일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여당 내 찬성 움직임이 심상찮다. 헌법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사회를 안정시킬 합법적 절차는 탄핵뿐이다. ‘보수 궤멸 위기’ 운운하며 당권 투쟁만 일삼다간 파국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탄핵 표결에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선택을 하고 정부와 함께 국정 수습과 민생 안정 등 후속책 논의에 나서는 게 집권당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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