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수집가 카즈미 아리카와 컬렉션
동·서양 총망라 208점 선봬 최대 규모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디자인 맡아
고대·아르데코 시대 등 9개 섹션 구성
예수 십자가 조각 담긴 '크로스' 눈길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장 모습. 롯데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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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부터 아르데코(Art Deco)까지 인류 역사를 담은 총 208점의 작품을 보여드리는 건 처음입니다."(카즈미 아리카와 주얼리 컬렉터)
현대 미술관에서 역사적인 주얼리를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가 화려하게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 주얼리 컬렉션'의 최대 규모 전시다.
롯데문화재단은 서양 역사상 대표적인 주얼리 208점을 전시하는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展)을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내년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보석 수집가' 카즈미 아리카와의 컬렉션 208점을 현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40여간 동·서양을 아우르는 500여점 이상의 주얼리를 수집해왔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 주얼리를 기증할 만큼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디자인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이번 전시의 공간 콘셉트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서 주얼리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연출했다. 전시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17-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컬렉션 △19세기 △아르누보(Art Nouveau)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르데코 △반지 △티아라 △십자가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가장 주목할 작품은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성 십자가의 나뭇 조각이 담긴 발레리오 벨리의 '크로스(CROSS)'다.
발레리오 벨리의 '크로스(CROSS)'. |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고 불렸던 르네상스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는 단 3점의 십자가를 남겼다. 그의 십자가 중 한 점은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한 점은 바티칸 사크로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나머지 한 점이 이번 전시에서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의 시그닛 반지. |
종교의 성스러움과 예술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보석 십자가는 르네상스 미학의 정수와 깊은 신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의 '시그닛 반지'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푸른색 사파이어 위에 프리드리히 3세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시그닛 반지는 인장 반지로 제작 됐다. 이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소유자의 신분을 나타내고 공식 문서에 도장을 찍는 실용적인 도구로 사용됐다. 고대에는 뜨거운 왁스를 눌러 사용했고, 후대에는 잉크를 사용해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 빨간 루비와 다이아몬드 반지가 결합돼 마치 하나의 반지처럼 보이는 '메멘토 모리 기멜 반지'도 주목된다.
메멘토 모리 기멜 반지. 롯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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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게멜루스' 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두 개의 동일한 반지가 하나로 결합된 구조를 가진다. 이는 결혼으로 하나가 되는 연인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반지 어깨 부분에는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루비 하트와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 하트가 있다. 두 반지를 분리하면 다이아몬드와 루비 아래에 해골과 갓난아기 조각이 나타난다. 이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짧은 인생을 소중히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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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에메랄드로 화려하게 장식됐으며,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담겨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주얼리를 특별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를 즐겼는데, 이 팔찌에는 에피소드가 있다.
빅토리아 여왕의 조카 스테파니는 포르투갈 국왕과 결혼을 앞두고 런던의 버킹엄 궁전에서 며칠간 머무르며, 화려한 만찬과 오페라, 무도회를 즐겼다.
스테파니가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 빅토리아 여왕은 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이 특별한 팔찌를 선물했다. 팔찌 안쪽에는 '1858년 5월 9일 사랑하는 조카 스테파니에게 빅토리아로부터'라는 애정 어린 문구가 새겨졌다.
김형태 롯데문화재단 대표는 "그간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주얼리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방대하고 찬란한 주얼리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삶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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