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커피값 잇따라 '들썩'…탄핵 정국에 '2차 도미노 인상' 우려도
"원가인상분 감내 더이상은 어렵다" vs "근거 부실"…의견 엇갈려
오리온은 지난 1일부터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습니다. 대표적 초코 과자 '초코송이' 가격은 20%까지 올랐고, '마켓오 브라우니(10%)', '톡핑(6.7%)', '오징어 땅콩(6.7%)' 등 주력 제품들도 비싸졌습니다. '투유' 등 30%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일부 제품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당분간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초코파이'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 오리온 제품 이미지. [사진=오리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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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도 같은 날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습니다. 지난 6월엔 롯데웰푸드가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습니다.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 등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저가커피 브랜드도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총선이 끝난 후 식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며 우려하던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된 바 있습니다. 최근 계엄 사태 후 탄핵 정국을 계기로 2차 도미노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진행됐던 2016년 말~2017년 초에도 식품·외식 물가가 줄줄이 인상됐던 전례가 있죠.
식품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지금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일부 품목만 어쩔 수 없이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그로 인한 소비 심리 둔화, 높아진 인건비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 인상 요인은 급등한 원재료 가격입니다.
특히 이상 기온 영향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카카오, 원두 등을 원재료로 사용한다면 타격이 더 큽니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은 연초 대비 120% 올랐고, 카페 등에서 쓰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등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역시 지난 9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제품들이 대부분 초콜릿이나 커피를 사용한 제품인 이유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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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받아들이는 소비자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공급자인 식품업체와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먼저 드는 이유는 식품업체들의 경영수지가 눈에 띄게 괜찮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의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오리온의 가격 인상 단행 근거가 부족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성명에서 협의회는 "코코아 외에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유지류 가격은 하락세"라며 "가격이 하락세인 다른 원재료도 있고 영업이익이 안정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함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가 상승 영향만 가격에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원가가 뛸 때마다 제품 가격도 오르는데, 원가 하락 시기에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기업은 원가 하락의 변화가 있다면 원가 상승 때와 마찬가지로 이를 소비자가에 빠르게 적용해 소비자 가격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은 원가 하락 요인이 있어도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소비자가에 적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가격을 올릴 이유는 너무도 많고 가격을 내릴 요인은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를 두고 기업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기업들은 국내 수익률이 해외 수익률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듭니다. 수출해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국내 판매분과 합쳐 얘기해서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더욱이 해외에선 제품 가격을 정부가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며 우리 정부가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가격 수준이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게 마련인데, 지금은 정부가 일일이 개별 상품별로 가격을 틀어쥔 채 승인해주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말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모든 제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인상을 자유롭게 할 수도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차기 정부의 가격정책,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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