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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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12일 아침에 진행된 윤석열의 담화. 노골적인 국민 선동이자 새빨간 거짓말들이다. 29분의 담화를 통해 드러나는 윤석열의 정신세계는 논리적인 해석이 불가능하다. 극단적 이념성과 폭력성으로 야당을 향해 한판 붙어보자는 식의 무모함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의 인식체계는 확증편향, 과잉확신, 분노조절 장애가 범벅된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어이 국민들 피를 보고 말겠다는 섬뜩함도 느껴진다. 이런 비정상인의 담화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계엄 상황에 대한 그의 거짓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2월3일 밤의 친위 쿠데타가 ‘의도된 실패’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급조된 거짓말을 천연스럽게 하니까 말이다.
우선 병력 출동에 대한 거짓말이다. 그날 밤 국회 의사일정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10시30분 담화 방송을 하고 병력 투입도 11시30분에서 12시 조금 넘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계엄군에게 사전에 내려진 명령은 ‘11시까지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라’는 것이었다. 의사당에 병력이 늦게 도착한 이유는 눈발이 날리는 기상 악화로 인해 특전사 항공단의 헬기 출동이 늦어진 데서 기인했다. 10시30분에 헬기가 출동하지 못하자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항공단장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초조해진 윤석열이 병력이 이동하는 시간에 특전사령관에게 전화를 하여 병력 이동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치명적 실수였다. 국회 출동을 재촉하는 흔적을 남겼는데, 이는 윤석열이 내란 수괴라는 증거로 충분하다. 게다가 윤석열은 12시 반께에 특전사령관에게 “(계엄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다그쳤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제압하려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 폭동을 사주한 치명적 증거이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형량이 10년 이상 추가되어야 한다.
담화에서 윤석열은 300명 미만의 비무장 병력만 국회로 파견한 것도 자신이 충돌을 염려해서 한 소극적 조치였다고 또 믿지 못할 말을 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윤석열이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을 의사당에 들여보내고 난 이후, 3공수 병력도 추가로 투입했다는 군 내부 제보를 받았다. 출동하던 중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공중에서 회항하여 되돌아갔다는 의혹이 있다. 4일에는 전북의 7공수와 충북의 13공수도 추가 투입하기로 계획하고 출동 대기 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몇천명이 와서 국회는 물론이고 민주당사와 문화방송까지 점령했을지 모른다. “싹 쓸어버리라”는 애초 윤석열의 지시 그대로였다. 그는 담화에서 국회의 안전을 걱정하여 전문성이 없는 사병이 아닌 정예 간부만 국회로 보내도록 했단다. 얼마나 국회의 안전을 걱정했으면 이토록 자상하실까. 그러나 진실은 무엇인가. 특전사 전투 병력은 원래 부사관이 주축이지 병사는 없다.
용산은 또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횡포를 알리려고 경고성 계엄을 선포했을 뿐 실제 국회를 무력 제압할 의도는 없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썼다. 실제로 4일 저녁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윤석열은 다만 “야당에 대한 경고용”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잡아뗐다. 그러다가 6일께부터 사령관들의 양심 고백이 잇달아 나오자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비무장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말을 바꿨다. 출동 병력이 실탄은 물론 공포탄과 테이저건까지 준비한 증거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거다. 어떻게든 탄핵 이후 내란 폭동의 혐의를 벗어보려는 얕은 수작이다. 게다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에다가 믿었던 홍장원 국정원 1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마저 윤석열의 정치인 체포 지시와 계엄의 사전 계획을 증언하고 있다. 이제 윤석열이 내란 수괴 혐의에서 벗어날 길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이런 거짓말들 때문에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더 불리해졌다. 주말에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만 의결되면 군 내부로부터 양심선언이 쏟아질 거다. 지금은 국군 통수권자가 윤석열이기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것이지 탄핵으로 윤석열이 지위를 잃게 되면 진실을 이야기할 장교들이 4열 종대로 서 있다. 지금까지의 몇배나 되는 진실이 더 밝혀질 거다. 그러니 윤석열이여, 더 거짓말을 하든지 싸우든지 마음대로 하시라. 자신의 유죄 형량만 더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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