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강행 후 주가 급락…52주 최저 수준
소액주주들 "제이오 인수 철회하라" 반발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이수페타시스가 5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금융감독원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 고려아연 유상증자 등에 대해 제동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1일 이수페타시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정정신고서를 심사 중이다. 정정신고서 효력발생일이 오는 27일이라 그 이전에 심사를 마쳐야 하며 추가 정정이 필요하면 이보다 앞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제출 이후 보완할 게 있어 스스로 내용을 바로잡는 경우도 있지만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2일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정정신고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17일에서 다음달 20일로 변경,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정정을 요구한 건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도로 갖추지 않은 경우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한 정정신고서에는 논란이 된 5000억원대의 유상증자 규모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자금조달 목적 중 제이오 인수 등에 대한 변경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달 유상증자를 뒤늦게 발표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이미 종목토론방 등에서 알려졌는데도 회사는 피인수기업인 제이오가 공시할 때까지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가 올빼미 공시를 내놨고 주주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또 대규모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3000억원을 탄소 신소재를 개발하는 업체 제이오를 인수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시장 반응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수페타시스가 주주들한테 사랑받은 건 다층 기판(MLB)으로 성장성을 인정받아서였고, 그렇다면 반도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지 어떻게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회사를 인수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며 "이에 대해 주주들하고 충분히 소통한 적이 없고, 내부 정보 유출과 선행 매매 의혹도 불가진 상황이라 시끄러운 것 같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수페타시스는 정정신고서를 통해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단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당사 특성상 단일 사업 영위에 따른 실적 변동 리스크는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기술력, 상업화와 확장성 측면에서 검토했으나 PCB 산업의 밸류체인이 협소해 연관 사업 분야의 신규 사업 아이템 발굴이 어렵고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적정 인수 대상을 발견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정정신고서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이수페타시스 유증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증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날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하루 만에 13.52% 빠져 52주 최저가(2만1000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수페타시스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18일 신주 발행가액이 확정되는데 지금 같은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유증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액주주연대는 금감원과 한국거래소에 민원을 접수하는 동시에 이수페타시스 서울사무소 앞에서 제이오 인수를 철회하라고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주주행동을 위한 주주들을 모집 중이다. 전날 오후 7시 현재 주주 2250명이 가입했으며 이들 지분율은 5.4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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