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PGA의 최고스타 장유빈이 예선 대회를 거치지 않고 LIV 골프에 영입되었다. 당장은 PGA 투어 진출을 포기한 결정이라서 섭섭한 팬들이 많다. 장유빈의 기사에 “화나요”를 클릭한 팬들이 “좋아요” 보다 두배쯤 많은 것으로 보아 골프팬 들은 PGA 투어가 정통이고 LIV 골프는 기존 질서를 교란하는 골프대회 쯤으로 생각하는 듯 싶다. 그러나 골프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장유빈의 결정은 지혜롭고 실리적인 것이다. PGA 투어 Q 스쿨에 가서 5위 이내에 들어 투어카드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어쩌면 2부 투어에서 1년간 고생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했다.
명예인가 돈인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목표는 명예와 부를 모두 갖는 것이다. 명예를 얻으면 돈은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인가 아니면 돈을 많이 번 선수가 명예도 가지는 것인 가? 골프선수가 PGA투어에서 몇 승을 한 것은 명예가 아니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이라면 명예를 얻은 것이지만 연간 50개나 되는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하는 것은 명예와 별 상관이 없다. 명예를 얻기 어렵다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LIV 골프 선수들은 PGA 투어 선수들보다 훨씬 큰 상금을 벌어들이지만 일은 적게 한다. PGA 투어 선수가 일년에 30개 대회에 출전한다면 120라운드 가까이 소화해야 하지만 LIV 골프에서는 13개 대회에서 39라운드면 충분하다. 골프 선수의 은퇴 후 인생까지 감안한다면 돈을 많이 번 선수가 승자이고 장유빈은 그 길로 갈 수 있는 선택을 했다.
당연한 선택
PGA 투어와 LIV 골프는 똑같이 프로선수가 상금을 벌기 위해서 출전하는 대회이다. 프로 선수가 투어를 선택하는 것은 취업할 회사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연봉이 더 높고 근무 여건이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PGA 투어가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다는 인식은 PGA 투어의 독점체제에 익숙한 골프팬들이 가진 사고방식이다. LIV 골프가 등장하면서 프로골프의 세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우리나라 골퍼나 골프업계에 피해를 준 사례는 없다. LIV 골프가 벌이는 돈잔치를 보면서 우리나라 선수는 한 명도 없는 박탈감이 있었는데 장유빈이 그것을 해소해 주었다. LIV 골프는 존 람, 브라이슨 디셈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캐머런 스미스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데 그들은 장유빈을 어린애라고 생각할 것이다. 장유빈이 그들과 직접 경쟁을 하여 어떤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벌써 궁금해진다.
PGA 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
PGA 투어와 LIV 골프가 합병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2023년 6월이었지만 세부사항에 합의하지 못한 두 단체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결국은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이 된다면 장유빈은 PGA 투어 진출의 꿈도 이루게 되는데 그 때가 일찍 올 것에 대비하여 LIV 골프대회 진입 초기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팬들은 내년부터는 장유빈의 성적을 보기 위해서 LIV 골프대회가 기다려 질 것인데 PGA 투어만 보는 것보다 훨씬 변화 있는 골프를 관전하게 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케빈 나의 멘토링
장유빈에게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막대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LIV 골프의 팀경쟁에서 같은 팀의 캡틴인 캐빈 나가 장유빈의 멘토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장유빈의 미국 자택이 케빈 나의 집에서 가까운 라스베가스로 보도되었으므로 두 선수는 공적, 사적으로 친해질 것이다. 케빈 나는 숏게임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다. 장유빈은 장타자이고 풀스윙을 하는 샷에는 강하지만 우리나라의 연습장 여건상 숏게임의 기술을 개발할 기회가 적었다. 장유빈이 케빈 나로부터 숏게임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훨씬 더 강한 선수가 되어 팀에 공헌할 수 있으므로 케빈 나의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숏게임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해진다. 장유빈이 케빈 나를 멘토로서 존경해 주고 케빈 나가 장유빈을 동생같이 보살피며 새로운 숏게임의 세계로 인도해 주기를 기대한다.
장유빈으로 인해 한국에서 LIV 골프의 인기는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5월 2일부터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에서 개최되는 LIV골프 대회에는 많은 골프팬들이 찾아갈 것인데, LIV 골프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장유빈의 영입은 성공적인 베팅임에 틀림없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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