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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기자의 창>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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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pressianjungbu@pressian.com)]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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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개를 키우던 우리 집에서는 다른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에 궁금한 마음이 들어 부모님을 졸라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다.

필자는 너무나 가냘퍼서 세게 집으면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안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애지중지 귀엽게 고양이를 키우던 필자는 어느 날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을 보게 됐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맹수가 먹잇감에게 달려가 목을 물어 숨통을 끊은 뒤 물고 가는 모습을 본 것처럼 고양이도 쥐를 그렇게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쥐를 발견한 고양이는 앞발로 쥐를 때려 기절시켰고 정신을 되찾은 쥐가 달아나려 하자 다시 앞발로 쥐를 후려쳤다.

몇 번이나 그렇게 쥐를 후려쳤을까? 결국 고양이는 피투성이가 된 쥐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냥 귀엽기만 하고 세게 잡으면 뼈라도 부러질까 걱정하며 귀여워했던 고양이에 대한 환상은 그렇게 깨졌고 이후 더 이상 고양이를 키우지 않게 됐다.

우리 속담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아무리 약자라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공격을 한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고양이가 쥐를 잡는 과정과 이 속담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왜 일까?

거대 야당이 사사건건 지나치리만큼 정부를 압박해 온 것과 수족이 잘리는 고통을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최악의 방법을 택한 것이 앞서 말한 이야기들과 오버랩이 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인가?

하지만 동물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사람은 이성과 지혜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고양이나 쥐와 같이 행동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처사였다고 본다.

이번 비상계엄 발표로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들으면서 과거 통진당 이석기 사건이 떠올랐다. 그 당시 국정원은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이석기가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모임에서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국가 기간시설의 파괴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내란 음모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반국가세력’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를 발표하지 않아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며 정권 유지를 위해 안보 문제를 들고 나왔던 과거 정치인들의 행적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짐은 곧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국가권력은 군주에 의하여 생겨난다는 절대왕권주의의 권력구조를 확립함으로써 군주와 국가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반대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짐은 제1의 공복(公僕)이다’라고 말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대통령도, 야당도 정권을 잡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번 계엄 비상계엄 소동으로 전 국민이 혼란에 빠져 있는 와중에 영화 ‘서울의봄’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한다.

고교 1학년 때 10.26과 12.12사태를 겪었고 고2 때는 5.18을 겪은 필자는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박정희 대통령 각하 서거’,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계엄사령관 이희성 중장’, ‘계엄군’ 등의 용어가 모두 떠오르면서 10.26부터 5.18까지의 과정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특히 5.18 당시 텔레비전에서는 “광주에서 계엄군이 여고생의 가슴을 도려낸 후 살해했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현혹되지 말라”는 보도가 계속됐지만 사우디에서 공부하던 이종 누님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광주 시내에 나뒹굴고 있는 시신을 쳐다보는 계엄군의 모습을 담은 뉴스위크지의 사진과 “빨리 한국을 탈출해 사우디로 오라”는 내용에 큰 혼란을 일으켰던 기억도 있다.

직접 겪지 않고 뉴스로만 이런 과정을 본 필자도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맨붕이 왔는데 당시 직접 경험한 분들은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어제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밝히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냉담하기만 하고 야당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담화를 들으면서 필자는 갑자기 최근 우리 국민들의 생각과 태도가 편협적이고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주장하면서 타인의 주장을 무조건 틀리다고 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또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배려와 양보의 미덕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출두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 대부분은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인사는 하지 않고 그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멘트만으로 인터뷰를 끝내는 경우가 많다. 잘잘못이야 수사를 받으면서 밝혀지겠지만 혐의를 받고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누를 끼친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인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필자는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편에 서거나 반대로 비난을 일삼아서는 안된다. 오로지 국가와 출입기관의 발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라고 단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했다가 단 몇시간 만에 국회의 의결로 해제했던 다음날, 필자는 함께 일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machine gun.’이라는 글과 함께 사명감을 갖고 일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한 ‘눈치보지 말고 쓰고 싶은대로 쓰라’고도 했다.

<프레시안>은 특정 정당 편에 서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의 편에서 일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다짐한다.

[김규철 기자(pressianjungb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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