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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기자수첩]'정부 혼란' 한국과 프랑스 경제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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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사는 지인 A씨의 얘기다. 화염병과 락카칠이 난무한 시위로 한동안 집 앞이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간간이 들리는 정치권 소식에도 “또 정치인들이 말싸움을 벌이는구나” 하고 넘어간단다.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증시는 오름세를 보이고 채권도 안정을 찾았다.

이렇게 들으면 프랑스는 별 문제 없이 나라가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12월 초부터 전례 없는 정치적 대혼란에 빠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일, 의회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하면서 62년 만에 내각이 붕괴했다. 혼란이 연내 사그라지지 않으면 공공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한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주식시장의 패닉은 없을 것이다. 정반대다”라며 “불신임안 투표 다음날, 일주일 전부터 반등을 이어간 CAC40지수는 0.37% 상승한 7330.54포인트를 기록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이는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는 까닭이라고 해석된다. A씨는 “정부가 셧다운될 확률은 극히 낮고, 그렇게(셧다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시민들도 시위에 나서겠지만 우선은 (정부와 의회를) 믿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 위치한 국제연합(UN) 기구에서 근무하는 B씨도 “프랑스 의회 문제는 길지 않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주변에서 생각보다 관심이 없더라”라며 “외신들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 세력과 더 잘 협력할 수 있는 새 총리를 빠르게 임명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달리 우리 정부와 국회는 신뢰를 완전히 잃은 모양새다. 시장도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계엄 후폭풍으로 환율이 치솟고 주가지수가 급락한 가운데, 지난 주말 여권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탄핵이 불발하자 지난 9일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12일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발표를 예고한 이후엔 ‘2차 계엄’ 우려가 나오며 코스피·코스닥지수가 또 출렁였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권력이나 정치 시스템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를 맞이했을 때 시민들이 정부와 국회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은 믿음직스러운가. 신임을 얻지 못한 이들이 권력에서 물러날 때 시장도 비로소 신뢰를 되찾을 것이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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