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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시시비비] 대통령도 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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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은 "구독·좋아요·알림 설정 부탁드려요"라는 말로 방송을 끝낸다. 12일 대통령 담화에서 그 멘트가 나왔더라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부정 선거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였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에겐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선거 조작설’에 집착한다는 풍문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선관위는 "자신을 당선시킨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올초 한국 사회·성격심리학회는 ‘2024년 한국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심리현상’을 꼽았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었다. 자기 생각이 옳다는 증거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내용은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다. 흔히 ‘알고리즘’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은 개별 사용자의 좋아요·시청·검색 기록을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그러면 알고리즘에만 유죄 판결을 내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알고리즘의 원리를 공개하고,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될까.

아시아경제

2021년 12월 20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전방관측소(OP)에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펴보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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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조사해 공개하는 언론수용자 조사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 성인들은 이미 다양한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매체별 뉴스 이용률을 보면 TV가 76%, 포털이 69.6%였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동영상 플랫폼은 25.1%, SNS는 11.9%였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5~7개의 출처에서 뉴스를 소비했다.

게다가 포털과 유튜브는 알고리즘에 의한 이용자 편향 심화의 위험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필터링 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란 개념이 나온 게 2011년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수시로 교정하고 있다. 이용자 평소 습관과 반대되는 콘텐츠를 일부러 노출하기도 한다.

확증 편향의 심화는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 정보 과잉에 지친 현대인의 자기방어적 행위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다 보니 모든 정보를 꼼꼼히 검증할 여력이 없다. 이때 손쉬운 판단 기준은 역시 ‘내 생각과의 일치 여부’다. 귀찮은 ‘객관적 검증’보다는 내 기존 신념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정보 수용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알고리즘은 오히려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알고리즘이 없었다면 아마 다른 방식으로 확증 편향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인간은 불편한 진실보다 편안한 거짓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점을 인정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 역시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확증 편향의 가능성을 언제나 스스로 경계하고, 비판적 사고를 생활화하는 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올해의 심리현상’을 예견한 한국 사회·성격심리학회가 1월에 내놓은 백신은 뭐였을까. "확증 편향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편향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김동표 콘텐츠편집2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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