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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생물학자들 "거울 세포 연구 중단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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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포 특성과 정반대 특성 가진 거울 세포

면역 시스템 뛰어넘어 생태계 전체 위협 가능성

개발로 얻는 이익보다 위험이 압도적으로 커

뉴시스

[서울=뉴시스]거울 세포 연구가 진척되면서 지구의 모든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성이 크다고 생물학자들이 경고했다. 그림은 거울 박테리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모식도.(출처=아시모프 프레스) 2024.12.13.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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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38명의 저명 생물학자들이 12일(현지시각) 수십 년 안에 대처 불가능한 팬데믹, 농작물 황폐화,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미생물이 만들어질 위험을 강력히 경고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위험한 유기체 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실험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잭 조스택 시카고대 교수는 “전 지구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스택 교수는 연구의 위험성을 담은 299 페이지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신기술로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지구 생명체의 기본 특성과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DNA와 단백질의 성분이 되는 분자들은 통상 대칭구조로 존재하지만 생체 세포는 그중 한 가지로만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당 분자를 골격으로 하는 인간 DNA는 좌우 대칭으로 된 당 분자의 오른쪽 분자만 사용한다. DNA의 이중나선형 구조가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는 형태를 가지는 이유다.

반대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왼쪽만 사용해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지구상의 모든 종에 공통된다.

진화가 이런 식으로 이뤄진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당의 왼쪽 분자만을 사용하는 DNA와 오른쪽 아미노산만을 사용하는 단백질도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거울 세포는 아직 존재한 적도 없고 만들어진 적도 없다.

지난 수십 년 사이 화학자들이 거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오른쪽 아미노산을 이용해 인체에서 생성되는 자연 단백질의 거울 단백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거울 단백질은 자연 생성 단백질과 동일하게 작용하지만 분해되는데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천연 효소가 왼쪽 아미노산 생성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적응돼 있어 오른쪽 아미노산 생성 단백질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뚜껑을 반대 방향으로 아무리 돌리려고 해도 오히려 더 잠기기만 할 뿐 절대 열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후천성면역결핍증(HIC)나 알츠하이머 등 치료제로 효과가 오래가는 약물을 개발하는 화학자들이 거울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근래에는 거울 생물학이라고 할 정도로 각종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포는 유전자 신호를 읽어서 단백질을 만든다. RNA 분자의 유전자 서열을 복제해 단백질 제조공장으로 보냄으로써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이다.

2022년 중국 서호대의 연구자 2명이 거울 유전자 신호를 읽어서 거울 RNA 분자를 생성하는 거울 효소를 만들었다. 그밖의 다른 연구들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10~30년 안에 거울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완성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 미네소타대 합성생물학자 케이트 아다말라는 “거울 세포를 만들면 제2의 생명의 나무가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생명의 나무는 성경의 에덴동산 한 가운데 있는 나무로 열매가 영생을 주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거울 세포를 활용하면 더 크고 강력한 거울 단백질도 만들 수 있다.

미 MIT 생물학자 케빈 에스발트가 팬데믹과 인공지능이 인류에 제기하는 위험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는 오픈 필앤스로피(Open Philanthropy)의 생물 안전 전문가들에게 거울 세포가 가진 위험성을 제기했다.

오픈 필앤스로피가 면역학자, 식물학자, 진화생물학자 등으로 하여금 아다말라 교수를 만나 위험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사고로 연구실에서 유출되는 등으로 거울 세포가 제어되지 못하거나 생물학 무기로 개발될 경우 지구 전체에 재앙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는 가설이 만들어졌다.

연구자들은 가설을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노력했으나 찾지 못했다.

거울세포는 일반 유기체가 가진 각종 방어기제 대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인체는 병균이 침입하면 분자 감지기로 침입을 확인한다.

이들 감지기는 왼쪽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이나 오른쪽 당분자로 만들어진 DNA와 RNA만 감지한다. 거울 세포 연구자가 거울 세포에 감염될 경우 인체의 면역체계가 감지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인체에는 거울 세포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유기 분자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서서히 증식해도 면역 체계가 거울 세포 감염을 감지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증식할 수 있게 돼 유기체의 생명을 앗아가게 된다.

거울 세포 병원균에 감염돼 사망한 유기체가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거울 세포 항생제를 개발한다 해도 이미 팬데믹을 제어할 수 없게된 뒤가 될 것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거울 세포가 강물이나 토양을 오염시키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바이러스는 물론 아메바 등 모든 포식자들이 거울 세포를 소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거울 세포가 생태계 전체를 지배하게 되면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나아가 거울 세포가 복제를 계속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

아다말라 교수는 생물안전 전문가들과 대화한 끝에 연구를 중단하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도 연구를 중단할 것인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생물안보 전문가 필리파 렌초스가 “거울 세포 박테리아를 만드는데 따르는 위험성이 그로부터 얻는 혜택을 압도한다. 거울 세포 박테리아 등 모든 거울 유기체를 만드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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