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금)

한강, 계엄 후폭풍에 “절망적 상황은 아냐…시민 용기에 감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 참여해 참가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2024.12.13.[스톡홀름=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국내 비상 계엄 사태에 대해 “그렇게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가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이다.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5일 출국한 이후 “노벨 기간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하고 제대로 뉴스를 보지 못해서 상황을 정확하기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많이 감동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역사가 그의 발언을 영어로 통역해 전달하자 청중들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은 또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인들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은 ‘덕분’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강은 이날 ‘소년이 온다’를 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것과 같은 배경이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이 책을 쓴 데는 여러가지 동기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저의 내면적인 원인도 있었다. 당시 ‘희랍어 시간’을 다 써서 출간했는데 그 다음 책을 쓰려고 했을 때 내면에서 저항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