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철 민주노총 서울 중구청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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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청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노숙 농성을 하던 노동자의 농성을 중단케 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소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냐”라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계엄 정국 하에서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소속의 전병철 서울지역지부 중구청 지회장과 이현열 대의원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중구청 측의 종용으로 노숙 농성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두 사람이 농성을 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계엄령이 선포된 지 10분 뒤인 당일 밤 10시30분쯤 갑자기 중구청 당직자가 달려와 이들을 잠에서 깨웠다고 했다. 당직자는 “계엄이 벌어졌다. 일단 농성 철수하라”고 권했다.
전 지회장은 처음에는 구청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전 지회장에 따르면 중구청 관계자들은 서너 차례 전화와 방문으로 “계엄령이 선포됐다. 경찰에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일단은 들어가라”고 말했다. 중구청 국장 A씨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했다고 한다. 이 대의원은 당일 밤 11시50분쯤 중구청 상황실에서 A씨에 전화해 화를 내면서 말했다고 했다. 그는 “전 지회장이 국장이 오면 농성을 접겠다고 했더니 ‘내가 지금 택시도 한 시간 동안 안 잡히는데, 나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하느냐. 마음대로 해라’고 하고 끊었다”고 전했다.
전 지회장과 이 대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서울시 중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직 직원의 인원 증원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 중구청 ‘공무직 등 정원표’에 나와 있는 공무원 수는 78명이지만, 현재는 59명이 일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노동 부담이 점점 커져 연차를 쓰는 것도 병원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고, 심지어 노·노 갈등도 벌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퇴직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 지회장은 “포고령에 적힌 집회·시위 금지 대상자가 바로 나였다”며 “그걸 증명하듯 (구청 담당자들은) 당신네들 철수 안 하면 잡혀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으로 계엄을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정말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이 대의원은 “무섭기도 했지만 상황실에서 나오며 지난 시간이 머리에 스쳤다”고 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약속했던 인원 충원을 번복한 것, ‘대화 한 번 하자’며 엘리베이터에서 A씨를 붙잡았던 일, 가족 같은 직원이라고 하던 중구청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 등이 떠올랐다고 했다. 전 지회장과 이 대의원은 결국 4일 오전 2시30분쯤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오전 2시쯤 구청 로비에서 A씨를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전 지회장은 비상계엄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하는 주장에 대해 “노동 3권이라는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농성도 하고 대화를 끌어내려 했는데 정권에 의해 이걸 못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계엄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리 투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의대회도 하고, 삭발이든 단식이든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 했는데 윤 정권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 것”이라며 “다시 뜻을 모으기에 너무 힘든 과정이 있을 것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당시 계엄이 해제되지 않은 시간대에 당직자들이 농성자의 안전이 염려돼 안내했을 뿐 철회 요구는 없었다”며 “위계나 물리적 수단을 통해 시위를 중지하거나 철거를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전 예정돼있던 구 관계자와의 실무회의가 비상 계엄 다음날에 계획대로 개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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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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