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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故 김수미, 일기 책 출간…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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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기자]
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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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뉴스) 정경호 기자 = 지난 10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김수미(본명 김영옥‧1949~2024)가 30대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기록한 일기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책으로 12일 출간됐다.

고인은 생전 이 일기를 책으로 엮어 출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는 일기에 "이 책이 출간된 후 가족에게 닥칠 파장이 두렵다"면서도 "주님을 영접하며 용기를 얻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제 삶의 철학을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김수미는 말년 공황장애를 앓으며 겪었던 고통을 일기에 상세히 남겼다. 올해 1월 그는 "공황장애의 숨 막힘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며 "불안과 공포 속에서 생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하던 회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도 기록했다.

그는 작년 일기에서 "하루하루가 고문이었다. 기사가 터질까 두려워 잠도 수면제 없이는 못 잤다"고 적었고, 법적 분쟁과 관련해서는 "주님, 저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횡령이라니 정말 억울합니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수미의 일기는 고통뿐 아니라 일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빼곡히 담고 있다. 그는 1986년, 37세의 나이에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며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2004년에도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하겠다"고 적었고, 2017년에는 "연기에 목말라 있다"며 여전히 배우로서의 열정을 드러냈다.

화려한 스타의 삶 속에서도 김수미는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꿈꿨다. 1986년 그는 "화려한 인기보다 평범한 엄마로 살고 싶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며 꽃을 가꾸고 책을 읽는 삶을 원한다"고 적었다. 2011년에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나팔꽃 넝쿨을 올리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남기기도 했다.

유족은 고인의 말년 고통을 함께 겪으며 이 일기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했다. 책의 인세는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지난 10일, 고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며느리 서효림은 "어머님의 일기를 통해 여리고 곱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주신 애도에 보답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김수미는 지난 10월 25일 오전, 고혈당 쇼크로 인한 심정지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유족과 팬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그의 삶은, 이번 책을 통해 고인의 철학과 감정이 오롯이 전해질 예정이다.

이번 책은 배우 김수미의 연기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와 치열했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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