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청구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두 사람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 열렸지만 김 청장은 포기해 조지호 경찰청장만 출석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는 전날 두 사람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별수사단은 영장에서 “피의자 윤석열이 피의자 김용현의 건의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피의자 조지호와 피의자 김봉식은 경력을 동원하여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집결하지 못하게 국회 출입을 차단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기로 공모했다”고 적었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죄로 고발된 조지호(왼쪽)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11일 오전 3시 49분 긴급 체포됐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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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21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선 조 경찰청장은 “국민께 할 말이 있느냐”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위치 추적을 요구한 15명 중 김동현 판사도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심사를 포기한 김 경찰청장 대신 법원에 출석한 최종원 변호사는 “대외적으로 수사 내용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에 대해 자숙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경찰청장 측은 심사에서 “조 경찰청장은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지시에 항명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내란죄 적용을 위해선 내란 실행에 구체적 기여가 있어야 하는데, 조 경찰청장은 오히려 내란 실행을 방해했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주된 근거는 ① 조 경찰청장이 계엄날인 3일 오후 7시쯤 윤 대통령이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건넨 서면 지휘서를 계엄 선포 전 찢은 점 ② 오후 10시 30분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요청한 정치인 15명의 위치정보 확인 등을 이행하지 않고 수사관 지원 요청도 거절한 점 ③ 오후 11시 37분~오전 1시 1분쯤까지 윤 대통령이 지시한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불이행한 점 등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경기남부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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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엄 선포 3시간 전 윤 대통령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나 A4 한장짜리 문서로 계엄 준비 지시를 받고도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계엄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허위 보고한 것은 불리한 정황이다. 앞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특별수사단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중범죄 혐의를 받는 점을 고려해 조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오후 11시 25분쯤 비상계엄 포고령 1호가 공포된 뒤 국회를 전면 통제한 것도 불리한 조건이다. 위헌 소지가 짙은 포고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조 청장 측은 “촌각을 다퉈 포고령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어려웠고, 포고령을 어길 시 계엄법 14조 2항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 판단해 부득이 국회 진입을 통제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심사는 조 경찰청장의 계엄 당시 행위와 판단의 적극성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남 부장판사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않았더라도 소극적으로 가담은 한 것이 맞지 않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 15분쯤 끝난 영장심사에서 조 경찰청장의 변호를 맡은 노정환 변호사는 “재판부가 계엄 당일 상황을 구체적으로 질문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수본 관계자와 조 청장 변호인은 이날 각각 취재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조 경찰청장에 전화로 “의원들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이 포고령 선포 이후 총 6번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조 경찰청장이) 이러한 지시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참모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묵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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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은 조 경찰청장이 사용한 비화폰을 지난 11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휴대전화다. 비화폰의 서버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수본 관계자는 “조 경찰청장이 총 6차례 윤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경찰청장은 비화폰이 없어서 (조 경찰청장이) 일반 휴대전화로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수본은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압수수색, 체포 및 통신내역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지에 대해선 “검토 단계”라고 했다.
한편, 특별수사단은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청장 집무실, 경비과장실, 경비계 사무실 등에서 업무 자료를 확보했다. 경기남부청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경찰을 배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같은 날 입장을 내고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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