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금)

따뜻했던 故김수미, 공개된 생전 일기엔 '아픔'이 많았다…안타까워 [ST이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김수미/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늘 유쾌하고 호탕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큰 힘을 주었던 배우 김수미. 그의 화려하고 당당했던 모습 뒤로 파산 속 빚독촉 또 공황으로 힘들어 했던 생전 일기가 공개돼 팬들의 안타까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도서출판 용감한 까치는 김수미의 생전 일기를 엮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는 김수미가 1983년부터 사망하기 전인 2024년까지 쓴 일기 중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아 구성한 것으로 쉽지만은 않았던 여배우의 삶을 살면서도 가장으로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생을 갈망했던 내용이 담겨있다.

일기에는 대중들에게 늘 보여왔던 호탕, 당당한 여성의 모습 뒤로 삶의 짐과 힘든 무게들을 견디기 위해 살았던 그의 이야기가 적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기에는 " 2년 동안 절망한 채 파산한 상태에서 빚 독촉에 시달렸고 일은 없었다. 오직 의지하고 비빌 수 있는 언덕은 술과 담배였다. 매달 몇백의 수입이 됐던 '전원일기'가 폐지됐을 땐 정말로 죽어야겠구나 싶었다", "내 육신과 혼을 다 빼먹고도 뻔뻔스러운 인간들. 쌀이나 축내는 기생충 같은 인간. 도덕성, 책임감, 사람의 도리도 없는 파렴치범.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너무 가엾다.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또 거짓말...그러나 나는 그저 위로와 사랑이 필요했다"등의 이야기가 적혔다.

뿐만 아니라 아들 정명호 씨가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해 온 '나팔꽃 F&B의 A 씨를 횡령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상대가 맞불 기사를 내겠다고 맞섰을 당시 힘들었던 심경도 적혀있었다. 이는 올 초 나팔꽃F&가 회사 대표이던 정 씨를 해임하고 김수미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던 건.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는 못 잔다. 지난 한 달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고 적혔다.

그러면서 "주님, 저는 죄를 안 지었습니다. 오늘 기사가 터졌다. (중략)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울분을 토하는 글이 덧붙여졌다.

딸 정모 씨는 "엄마는 나중에 무혐의나 무죄가 되는 문제가 아니라 기사 한 줄이 나는 게 무섭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다"며 "겉보기와는 달리 엄마가 기사, 댓글에 엄청나게 속상해하고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말년에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다는 김수미는 지난 2월 일기에서 "어젠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었다. 공황장애가 이런 건가. 포스터 찍고 집에 와서도. 오늘은 또 멀쩡하다. 약들을 좀 줄이자. 이수나 언니가 생각이 난다"라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수나는 '전원일기'에 출연한 배우로 8년전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 뇌사 상태로 투병중이라는 근황이 전해진 바 있다.

가족들은 생전 고인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비춘 홈쇼핑 방송과 관련해 모두 만류했지만, 회사의 압박 탓에 출연한 것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딸 정씨는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정신적으로 힘드셔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해도 에너지 소모가 큰 게 홈쇼핑인데 압박 속에서 하시려니 힘들어했다"고 기억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다"던 김수미. 그러나 그는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는 "매일 이른 새벽마다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었던 김수미의 솔직한 생각이 모두 표현될 수 있도록 교정은 최소한으로만 진행했고, 일기 속 내용을 덜어내거나 자르지 않고 그대로 엮었다"며 "일기 외에도 김수미가 작성한 짤막한 칼럼 원고들, 단편 글을 해당 연도에 모두 함께 구성하고 미디어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방송가 이야기를 그대로 실어 사람 김수미를 책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김수미가 말년에 겪었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온 만큼 안타까운 마음에 일기를 공개했다"며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대중들에게 늘 따뜻함으로 다가갔던 배우 김수미. '국민 엄마'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故김수미는 생전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아 왔다.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후배들은 故김수미가 촬영 현장서 전해주고 챙겨주셨던 음식들을 꼭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 뒤로 처음 공개된 마음 아픈 말년의 모습들에 대중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