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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자네 덕에 빨리 끝났구먼” 계엄 해제 후 경찰청장에 전화한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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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청장 “이렇게 끝나 죄송”
尹, 6차례 전화 “의원 체포해라”


매경이코노미

조지호 경찰청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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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네 덕분에 빨리 끝났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조 청장은 최근 국가수사본부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끝나게 돼 죄송하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수고했다’며 이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12·3 계엄령 선포 직후 조 청장의 지시로 국회 출입이 통제됐지만 밤 11시 6분부터 약 30분 간 출입이 일시 허용됐다. 이 시간 동안 국회의원들이 본회의 참석을 위해 대거 국회에 진입했다. 조 청장은 이후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요청을 받고 계엄 포고령을 확인한 뒤 밤 11시 37분 국회를 다시 전면 통제했다.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발표 후 조 청장에게 여섯 차례 전화를 걸어 “포고령도 발표됐으니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해당 지시를 일선에 하달하지 않았으며 경찰 조사에서 이를 직접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요청한 수사관 100명 지원 및 이재명, 한동훈 등 주요 정치인 15명의 위치추적 요구에 대해 조 청장은 휘하 간부에게 “절대 협조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진술했다.

계엄 발령 두 시간 전인 오후 7시 20분쯤 윤 대통령 호출로 ‘안가 회동’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A4 용지 한 장에 적힌 비상계엄 이후 계획을 보여주며 약 5분간 일방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계획에는 “2200(밤 10시) 계엄령 발령, 2300(밤 11시) 국회 장악” 등 계획이 시간 순으로 명시돼 있었다.

조 청장은 회동 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이게 실제인 게 맞냐”며 “진짜인지 우리를 시험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대화했다고 한다. 이후 공관으로 돌아가 배우자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게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리 없다”고 말하며 해당 A4 용지를 찢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된 상태인 조 청장은 오늘 오후 3시 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다.

한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조 청장에게 “계엄 선포가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고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청장은 이를 밤 9시 40분경 전화로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정황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지시하고 주요 국가기관을 동원해 추진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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