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제3국을 통한 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입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안을 이달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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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제3국을 통한 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입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안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중국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안을 발표한 데 이어, 우회 수입할 수 있는 경로까지 추가로 차단하면서 규제 강도를 높여나가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규 규제에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칩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몇 가지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의견을 반영해 초안이 작성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 및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 2일에는 중국의 AI 군사 활용 등을 규제하기 위한 추가 수출 통제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수출 제한 대상으로 중국 기업 140여개가 추가됐다. 반도체 기업 20여곳과 반도체 장비 업체 100여곳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 수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사우디 등 중동 국가를 포함한 40여개국에 첨단 AI 칩을 판매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판매한 제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도 사우디 등 일부 국가에 HBM 등 첨단 AI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 제품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 기업은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 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우회 수입 경로를 확대해 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제품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서 직접 엔지니어들까지 파견해 현지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직접 검수해 조달한다”고 했다. SCMP도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가 제3국을 이용해 첨단 칩과 같은 제한 품목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중국 GPU 밀수의 주요 허브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회로를 통해 GPU 등 AI 사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가 중국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제재에 허점을 보이자 미국 정부가 추가 규제를 통해 이를 봉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CMP는 “이번 규제안은 AI 모델 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GPU의 출하를 통제하고, 기존 제재의 허점을 막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 발표했던 추가 규제안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높다”며 “물론, 제3국 등 우회로 차단을 위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HBM을 미국 정부에서도 AI 가속기의 핵심 품목으로 인지하고 있는 만큼 GPU 외에 HBM과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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