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야당대표 격돌…서민 음식 유래
연합뉴스는 13일 영국 BBC,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샌드위치 발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시작은 베이드녹 대표가 지난 11일 언론과 한 인터뷰다. 당시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점심먹을 시간은 있느냐'는 질문에 "점심시간이 뭐냐. 그건 약골들이나 갖는 것"이라며 자신은 음식을 가져와 일하면서 먹곤 한다고 답했다.
샌드위치.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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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때로는 스테이크를 가져와 먹는다"며 "나는 샌드위치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샌드위치는 진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빵이 눅눅하면 손에 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스타머 총리 측이 반박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튿날 "스타머 총리는 베이드녹 대표의 말에 놀랐다"며 "총리는 샌드위치 점심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참치 샌드위치이고, 가끔 치즈 토스트도 즐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샌드위치는 "영국의 전통"이라고 밝혔다. 샌드위치의 연간 경제 기여도가 80억 파운드(약 14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영국 샌드위치 협회 추산 통계도 언급했다.
이에 베이느독 대표도 응수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총리는 점심에 관한 내 농담에는 대꾸할 시간이 있으면서 우리의 음식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쏟을 시간은 없는 것 같다"며 "보수당은 농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념적 공격인 '가족 농장세'를 철회시키겠다"고 반박했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왼쪽)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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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이드녹 대표를 향한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극우성향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베이드녹 대표는 점심이 약골들이나 먹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점심은 꽤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바쁜 날에는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베이드녹은 그것조차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샌드위치가 정치적 공방 소재로까지 활용된 걸 두고, 샌드위치가 영국의 문화유산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짚었다. 몬태규 백작이 1762년 카드놀이를 하면서 식사하기 위해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넣은 음식을 요구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샌드위치의 시초라고 알려졌다.
결국 베이드녹 총리를 향한 공세에는 보수당 대표가 영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깔린 셈이다. 앞서 영국에서는 2015년에는 노동당 당수이던 에드 밀리밴드가 베이컨 샌드위치를 어색하게 먹는 장면이 포착돼 보수당으로부터 '평범한 영국인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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