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폭행하고 1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13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특수강도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A씨(25)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이 선고한 징역 3년 6개월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부모와 함께 사는 충남 아산 집에서 아버지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데 이어 말리는 어머니까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10만 원을 달라"고 부모에게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거절에 격분한 그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부모를 협박해 10만원을 빼앗았다. A씨는 이렇게 부모에게서 가로챈 돈을 유흥비로 썼다.

대전고법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과거에도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자신의 부모를 때리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A씨의 부모는 수사기관에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A씨는 선처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과 협박을 반복적으로 저질렀지만, 그때마다 부모는 수사기관에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선처받았다"며 "하지만 피고인은 반성하기는커녕 다시 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개전의 정을 찾기 어려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 A씨 변호인은 "초범인 A씨가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며 선처를 요청했으나, 재판부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편지를 부모에게 보냈지만, A씨 부모는 끝내 합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또 A씨는 "부모님과 합의하기 위해 선고기일을 넉넉하게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결심공판 이후 선고기일까지 2주간 시간이 주어졌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정신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며 "부모에게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질책했다. 이어 항소 기각 이유에 대해 "항소심에서 양형을 바꿀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었다"면서 "1심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