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선포 당일 밤 9시 집무실 방문 후 100분간 상황
"계엄 선포 직후부터 개인 신념·장관 책무 두고 깊은 고뇌"
"외교에 심각한 데미지…빠른 시일 내 정상화되리라 생각"
"한미동맹 유지에 전념…민주 절차 따라 국민 뜻 받들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3. xconfind@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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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의 조치사항이 담긴 쪽지를 받았으며, '재고해달라'는 직언에도 "더 이상 무를 수 없다"며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외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지만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계엄 선포 당일 밤 9시 대통령 집무실 방문 후 100분간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조 장관에 따르면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8시50분께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10분 뒤인 오후 9시께 안내를 받고 들어가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앉자마자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라고 대통령이 말씀하시면서 종이 한 장을 주셨다. 그 속에는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간략한 지시 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쪽지 내용 중에는 '재외공관'이란 단어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워낙 충격적이라서, 상세한 게 아니라 서너 줄의 글로 돼 있어서 기억을 못한다"고 말했다.
다시 떠올려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말에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이런(계엄) 상황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했을 조치라고 생각하고 내려놨다. (쪽지를) 놓고 나와서 갖고 있지도 않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없었냐는 물음에 "그런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어떻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외교적 파장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난 70여 년간 쌓아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니 재고해 달라고 수차례 국무위원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곡히 요청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임박해서 (늦게)오신 몇 분의 장관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없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이 안 됐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발표하러 나가신다고 하셔서 제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간곡히 재고해달라고 만류 드렸지만 '상황이 다 이미 종료될 급박해서 더 이상 무를 수 없다'면서 발표하러 나가셨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조 장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외교권에 공백이 생겨 비상사태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심각한 데미지(damage)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조력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망가진 외교'를 한 시점들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그 이전에는 심각한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되레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을 때 이를 받아들인 적이 여러 번 있었고, 대면이 아닌 전화 통화로도 결정을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왜 이번에는 막지 못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노력을 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송구스럽다. 부끄럽고 죄책감을 느낀다"면서도 "한치의 부끄러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스스로 해쳤다는 지적에는 "(계엄)상황 이후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국제적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념을 다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또 계엄 선포 당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캐묻자 "계엄 선포 직후부터 해제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장관직을 사임할 것인가 하는 개인적 신념과 장관으로서 해야 될 책무와 사명감 속에서 깊은 고뇌와 갈등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내용을 갖고 소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계엄 선포) 상황에서 소통하는 것은 상대방을 오도할 수 있어서 미뤘다"고 해명했다.
미국 측이 계엄 중단을 요구할 것이 두려워서 전화를 피한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우리가 중단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앞서 조 장관은 5일과 8일 골드버그 대사를 접견하고 비상계엄 발표 이후 국내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6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대(對)한 방위 공약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제가 (블링컨 장관에) 통화를 요청했고 (계엄 해제된 시점 기준) 이틀 걸린 6일날 아침 통화했다. (통화가) 늦어지기에 골드버그 대사를 먼저 5일날 저녁에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전화를 왜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사살하라는 계획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유투버 김어준 씨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과 함께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모른다. 아직까지 모든 사실을 인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저는 행동을 필요로 할 만한 신빙성 있는 첩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김씨가 말하는 제보자가 미국이 아니다(NO)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자리에 물러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는 데 동의하냐는 물음에는 "무엇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헌정질서와 국정이 회복되도록, 안정되도록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결정은 국회에서 하고 합헌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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