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 사이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윤석열의 구체적인 내란 사태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아직 해제 결의에 필요한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양심고백했다. 군과 경찰이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서버를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경이 체포하려고 했던 대상에는 정치인, 언론인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체포한 정치인 등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계엄은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으며, 실패할 경우 2차 계엄까지 하려고 했던 사실도 폭로됐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과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이 군과 경찰 간부, 국무위원들의 국회 발언과 수사 과정, 심지어 윤석열 본인의 말로 상당 부분 교차 확인되었다. 윤석열이 아직 군통수권자, 인사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사실관계가 드러났다는 점은 엄중하다.
이러한 정황은 계엄 선포가 애초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요건과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이 수호해야 할 헌정 질서를 앞장서서 파괴한 것이다.
그사이 윤석열은 ‘내란 수괴 피의자’로 형사 입건돼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 구속됐으며, 또 다른 주동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구속을 앞두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이 80년 동안 쌓아온 국제적 위신과 경제적 지위는 추락했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며, 대외 교역과 내수 악화로 경제 전망이 어느 때보다 어둡다. 윤석열은 이번 내란을 정당화하며 우방국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척지는 외교를 하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윤석열이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2일 거짓말과 말바꾸기, 망상으로 가득 찬 대국민 담화를 내놓고 국민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한 2선 후퇴 약속을 깨고 후임 국방장관 재지명을 시도하고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기도 했다. 군통수권, 외교권, 인사권이 모두 아직 그의 손에 있다.
1주일 전 16%이던 윤석열 지지율은 11%로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85%에 달한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이 탄핵에 동참하고도 남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의힘이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 선회에도 불구하고, 친윤계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하며 국민들은 여전히 ‘매직넘버 찬성 200표’를 놓고 표 계산을 해야 하는 얄궂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윤석열 탄핵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계엄 트라우마’를 겪는 국민을 생각하면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이다. 이번 내란이 박근혜 탄핵 때와는 차원이 다름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본심은 ‘1년만 지나면 국민들이 다 잊어버릴 것’이라는 윤상현 의원의 실토에 있을 것이다. 지난 1주일 그야말로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광장에서 한마음으로 표출한 목소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수습’은 윤석열 탄핵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하고 난 뒤에야 이뤄질 수 있다. 지금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헌법과 법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이 시급하다. 국민의힘 의원 한명 한명은 국민을 대표하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고, 그 이전에 판단력과 양심을 가진 시민이라고 믿는다. 당론이 중요한가, 국민이 중요한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들 역시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시민의 한 사람이다. 당론에서 이탈한다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기 바란다.
7일 오후6시40분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4.12.7.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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