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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앵커칼럼 오늘]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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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즈다. 위대하고 끔찍한…"

오즈를 지배하는 마법사, 알고 보니 마법을 부릴 줄 모르는 엉터리였습니다. 비법이 담긴 마법 책도 읽지 못합니다.

"당신, 무능한 사람이군요!"

정체가 들통난 마법사가 주인공을 마녀로 몹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동물들의 입을 봉하려 합니다.

"우리 함께하면, 이기지 못할 싸움은 없어."

탱크를 앞세운 반란군이 한강을 건너오려 합니다. "막을 도리가 없다"는 보좌관에게 수도경비사령관이 말합니다.

"아니야. 우리가 막는 게 아니야. 시민들이 도와야 돼."

이토 히로부미가 말합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그런데 신기하답니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

통신사 AP가 엊그제 세계에 전했습니다. '여섯 시간 만에 끝난 한국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승리다.'

그 승리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선언했던 '견제와 균형 원리의 승리'에 비유했습니다.

세 시간 만에 국회가 해제를 결의한 것은 '삼권 분립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지요. 심야에 국회를 찾은 시민의 참여도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워했습니다. '수천 시민이 몰려왔지만 군경과 어떤 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

AP는 '서울의 드라마'가 미국이라면 어려웠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한국 같은 대중 참여나 의회 표결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만도 합니다. 그날 밤 국회 앞 풍경은 다시 봐도 찬탄을 자아냅니다.

"계엄 철폐! 계엄 철폐!"

저마다 휴대전화를 치켜들어 군경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합니다. 계엄군 차량을 몸으로 막아섰습니다.

"가지 마요! 복귀하세요!"

지휘관은 부대원들에게 물러서라고 했습니다.

"하지 마! 하지 마! 뒤로 와! 뒤로 와!"

한국이 외환 위기에 이어 금융 위기까지 가장 먼저 극복해내자 세계가 놀랐지요. '교과서에 실릴 위기 극복이다.'

우리는 또 다시 이겨낼 겁니다.

당장은 분노와 혐오, 수치와 좌절에 고통스러워하지만 보란 듯 일어서고 맙니다.

12월 13일 앵커칼럼 오늘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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