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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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공개된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이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나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고 했다.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이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김정은과 세 번 만났는데 내달 20일 취임하면 김정은과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6년 전 트럼프와 김정은은 북한 핵무기는 그대로 놔두고 고철 같은 영변 핵 시설과 핵심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거래를 시도했다. 핵보유국이 돼 대한민국을 겁박하려는 김정은의 목표가 성사될 뻔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쇼’를 통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북 ICBM 폐기와 북핵 동결 조치로 미국이 안전해졌다고 자랑할 사람이다. 한국 안전과 동맹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선 중에도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 “김정은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감춰놓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다시 ‘핵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미 국방 장관 지명자는 소령,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대령 출신이다. 큰 부대를 지휘했거나 거시적 외교·안보 틀에서 전략을 세워본 적이 없다. 1기 때는 4성 장군 출신의 국방 장관과 3성 장군을 지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의 충동적 발상을 억제하는 ‘어른들의 축’ 역할을 했으나 이젠 없다. 국방 장관 지명자는 폭스뉴스 진행자일 당시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걸 주자”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이 원하는 건 핵 보유와 제재 해제인데 우리 안보에는 재앙이다.
미 전략국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전직 참모를 만났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관세·반도체법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1기 때 ‘주한 미군 철수’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11억달러 수준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달러는 내야 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과 방위비 인상을 연계하려 할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10% 이상의 관세를 물릴 수도 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거액의 보조금을 주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약속도 뒤집으려 한다. 트럼프 취임까지는 40일도 남지 않았다.
트럼프처럼 개성이 강하고 칭찬을 좋아하는 지도자와는 정상 간 개인적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 평소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캐나다 총리도 ‘관세 폭탄’ 위협에 트럼프 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한국은 비상계엄 사태로 리더십이 붕괴하다시피 했다. 트럼프를 직접 만나 김정은과 위험한 거래나 주한 미군 철수, 무역 제재 등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기가 어렵게 됐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 쇼라도 서두르면 어떻게 하나.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해 리더십 공백 피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야당도 이 문제만큼은 정쟁 소재로 삼을 생각을 접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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