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분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동훈 당 대표는 '탄핵 찬성'을 공개 천명했지만, 당내 다선의원이 당일 "배신의 정치"라고 그를 공격하는가 하면 그 이튿날에는 당 대표를 지낸 중진으로부터도 "비굴한 배신" 등 날선 표현이 나왔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SNS에 쓴 글에서 "어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힌 계엄선포의 명분은 일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부 정황과 일방의 주장에 기대어 '내란죄'라고 단정지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동훈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윤 대통령 12.12 담화를 비판하며 "당론으로서 탄핵에 찬성하자"고 하자,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반발했는데, 김 전 대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한동훈 "尹 담화, 내란 자백"에 아수라장…친윤계 고성 항의 "그만하라")
김 전 대표는 "중대한 사안일수록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를 준수하며 결정되는 것이 성숙한 법치와 민주주의"라며 "내일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있을 예정이다. 표결을 앞두고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되 분열상을 보여드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배신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 윤상현 의원은 "나 살자고 대통령을 먼저 던지는 것은 배신의 정치"라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함부로 '내란죄 자백' 운운하는 한동훈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도 SNS에 추가로 올린 글에서 "대통령에 대한 출당·제명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라며 "총선 참패의 책임자로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해야 할 한동훈 대표가 누구보다 먼저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내란죄로 단정하고 제명·출당을 시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나서서 내란죄가 아니라고 강변하면, 적어도 여당 대표라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먼저 책임을 통감하고 당내 TF 를 만들어 논의하고 국회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통해 사실규명에 나서는 절차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라며 "대통령을 제명하고 출당시키겠다면 대표 본인부터 먼저 제명과 출당을 요청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도 이날 추가로 올린 글에서 "부정확한 정보, 일방적인 주장들이 난무하면서 모두가 과열돼 가고 있다"며 "계엄 선포가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내용들을 어디까지가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지 더 살펴야 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어이 내일 외부세력과 함께 우리 당 의원들을 겁박하기로 한 것 같다", "탄핵에 반대하는 것은 내란죄의 공범이라고 외치며 국민을 선동한다"며 "지금은 너무 이르다. 무엇이 가짜인지 진실인지 차분히 이성적으로 살피며 숙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동훈 대표가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한 대표 의총 발언을 겨냥해 "안타깝게도 언론에 공개되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셨는데 당내 여러 의원들은 좀 다소 성급한 발언이 아닌가, 당내에서 조금 더 합의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윤리위 소집, 제명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이건 굉장히 중차대한 사안이고 또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김 의장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진행되는 여러 분위기를 보면 대통령 제명은 아마 동의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도 차기 대선 출마 로드맵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이런 행보가 득이 될지 참모들과 진중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필요 이상의 발언은 자제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의장은 "제가 의원총회에서 두 차례나 발언을 했다. '만약에 탄핵이 된다면 그 뒤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우리 당은 어떤 후보가 나와도 당선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대통령이 탄핵된 책임은 오롯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판단을 하실 것이기 때문에 대선 때마다 쏟아지는 정권심판론 분위기 속에서 과연 우리가 대선에 승리할 수 있겠는가, 그 부분도 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12.12 담화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해야만 했던 그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는 그런 담화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며 "최근 국회 상황을 살펴보면 그간 민주당은 너무 무도했고 국민의힘은 너무 무기력했다", "담화문 내용 중 '중국인의 간첩 활동'도 있었는데 형법상 간첩 조항에 대해서 지금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이고, 선관위의 선거 데이터 조작 가능성도 어제 언급을 하셨던데 이런 부분은 국회에서 차후에라도 한번 다시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하는 등 대통령 담화 내용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국민의힘 내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가장 먼저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전날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한 대표에 대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절차"라며 "이런 것을 최근에 너무 지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김재원 "한동훈, 민주주의 절차 지키지 않아")
'원조 친윤'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소추 결정이 나기 전에는 엄연히 법률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며 "국회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안보 수장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이 국가 안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국방장관만은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해야 한다"고 하는 등 사실상 윤 대통령의 국정 일선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권성동 "尹에 법안 재의요구 행사 요구…국방장관 임명해야")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김기현, 권성동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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