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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쇠퇴 [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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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페이스북 로고.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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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 페이스북을 살펴봤다. 그런데 좀처럼 페이스북 친구들의 의견을 보기 힘들었다. 앱을 실행하면 먼저 7, 8개의 광고와 홍보성 게시물이 내려가고 중간중간 취향과 상관없는 짧은 동영상(릴스) 모음이 지나가면 그 뒤로 페이스북 친구들의 글이 하나둘 보였다. 예전에도 페이스북에 광고와 홍보성 게시물이 있었지만 친한 사람들의 글을 밀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앞뒤가 뒤바뀌어 광고와 홍보성 게시물이 온통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주변 사람들도 최근 광고와 홍보성 게시물이 너무 많이 늘어 짜증 난다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개인 취향과 상관없는 게시글과 왜 나타나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영상으로 취향과 지인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지인 관계와 이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의 노출 원리(알고리즘)가 변질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래 페이스북은 친구(팔로, follow)를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실제 공간에서 친분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게시글을 보고 친구를 신청해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인터넷 게시글로 교류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메타를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이 다녔던 미국 하버드대학의 학생들이 친분을 다질 수 있도록 학생 명부를 인터넷으로 옮긴 것이 페이스북의 시작이다. 그래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사람들의 친밀성을 높여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같은 근본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영상에 익숙한 10, 20대와 성향이 맞지 않아 떠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본질이 달라져 오래 이용했던 사람들마저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다른 얘기다.

실제로 수치가 이런 현상을 방증한다. 올해로 출시 20년을 맞은 페이스북은 중요 지표인 월간 이용자수가 국내에서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인터넷 데이터 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올해 초 발표한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수를 보면 991만3,855명으로, 전년 1월 대비 164만 명 감소했다. 월간 이용자수가 인터넷 서비스의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북 앞날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페이스북의 변화는 메타에 좋을 것이 없다. 취향이 다른 젊은 층의 이탈과 너무 많은 광고, 원하지 않은 게시물의 증가로 기존 이용자들마저 떠나면서 광고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업체들에 기회일 수 있다. 지난 11일 세 번째 출발을 선언한 싸이월드는 광고와 혐오성 게시물이 난무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을 위해 따뜻하고 감성적인 SNS로 파고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페이스북은 광고가 10개 올라오면 친구의 게시글이 한 개 보인다"며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짚었다.

관건은 페이스북이 본질을 되찾는 것이다. 지나친 탐욕을 버리고 알고리즘을 개선해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발전시키면서 표방한 이용자들의 친밀성을 높여 세상의 갈등을 줄이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그나마 남아 있는 이용자들을 지킬 수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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