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발생조건 가능성, 온난화로 거의 2배로 커져"
서태평양서 4개 태풍 동시 활동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올해 약 한 달 동안 여섯 차례의 태풍이 필리핀을 덮친 이례적인 현상과 관련해 기후변화로 이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모델링 기법을 이용,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3도 상승한 현재 기후 상황을 이처럼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가 없는 가상의 세계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 상승 등 태풍을 발생시키고 촉진하는 조건이 생길 가능성이 기후 변화가 없는 경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풍의 이론적인 최대 풍속이 시속 7.2㎞ 상승했으며, 3∼5등급의 강력한 태풍이 1년에 최소 3개 이상 필리핀에 상륙할 가능성이 25% 더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필리핀에서 "태풍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화됐다"면서 "우리가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우는 한 이런 가능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태풍 '짜미'를 시작으로 '콩레이', '인싱', '도라지', '우사기', '만이' 등 6개의 태풍이 잇따라 필리핀을 타격했다.
이에 따라 170명 이상이 숨지고 최소 2억3천500만 달러(약 3천4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벤 클라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연구원은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이렇게 많은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기후 변화에 따라 이런 태풍을 일으킨 조건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가 가속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6도 상승할 경우 태풍 발생 조건이 생길 가능성이 지금보다 40%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태풍이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평가에서 기후 변화로 태풍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높은 확신"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최근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올해 1∼1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62도 높았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였던 2023년의 1.48도를 넘어섰으며, 세계 각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인 1.5도를 처음으로 무너뜨린 것이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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