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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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데 정치권에서 별 이견이 없다. 170석 국회 제1당의 대표이자 야권 내 대선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 대표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사법리스크’를 짊어진 이재명 대표에게 혹독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을 때는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형이 확정되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면서 차기 대선도 출마가 막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1심에서 예상 밖 무죄가 선고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배임·뇌물 등)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제3자 뇌물 등) ▶법인카드 유용(업무상 배임) 사건의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도 여전하다.
이 대표 측이 가장 우려한 것은 선거법 위반 2심이었다. 선거법 재판은 이른바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이 적용돼 공직선거법 2심이 내년 상반기에는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봉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민주당은 기대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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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을 최장 180일간 심리에 착수하는데, 사회적 비용과 선례를 감안할 때 늦어도 내년 3~4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계엄 선포와 그 파장을 감안할 때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대선을 실시하게 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조기대선이 확정돼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선거 개입 논란을 의식한 법원이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대선 때 검찰이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중단했던 선례도 들었다. 이 대표 측에선 “대선에서 승리하면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관련 재판도 동결되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은 조만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쟁은 종료된 거나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과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비명계가 대거 정리되면서 민주당은 완벽한 ‘이재명당’이 됐다. 당이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캠프”라며 “다른 후보가 뛰어들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집권플랜본부를 띄우고 일찌감치 이 대표의 대선 준비에 나섰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휘봉을 맡은 집권플랜본부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기본사회 등 ‘이재명표’ 정책을 바탕으로 하는 재집권 설계도를 맡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 준비를 설계하고 핵심 과제를 제기하는 선도체”라고 설명했다. 이 조직이 사실상의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대표 연임 이후 펼쳐왔던 중도 확장용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기조다.
그는 탄핵 정국이 무르익던 이번 주에도 ‘여·야·정 3자 비상경제점검회의’ 구성을 제안(10일)한 데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의 긴급 간담회(12일)를 소화했다. 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의 패배는 서울 및 중도층을 내준 게 결정적 요인”이라며 “이제는 정권 탈환을 위한 중도층 경쟁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이 ‘당 정체성과 부딪힌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정국이 대선 체제로 전환되면 중도층 지지 확보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날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법원을 나서는 이 대표의 모습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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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대표가 대선까지 순항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낮지 않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고, 선거법 재판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는 기본 조건 외에 확장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여전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오랫동안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한국갤럽의 정기 조사에서 올 1월 2주차 23%를 기록한 이래 탄핵국면이 본격화하기 전인 12월 1주차까지 단 한번도 30%에 닿지 못했다. 탄핵쪽으로 대세가 기운 6~7일 실시된 국민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41%를 기록했지만, 여권 후보군 정리 등 변수가 많다는 많아 아직 이 대표의 정치적 장래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갤럽이 10~12일 실시한 주요 정치인 신뢰 조사에서는 이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로 ‘신뢰한다’(41%)를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이재명이기 때문에 해볼 만 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비교할 때 여야의 진영 대결 프레임을 짜기가 더 쉽다는 이유에서다. 탄핵에 반대한 여당 의원들도 “이재명에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여권이 이 대표에 대한 공포 마케팅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운·심새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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