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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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수괴인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소추됐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법을 유린한 내란 피의자 윤석열을 시민의 힘으로 직무정지시킨 것이다. 2024년 12월14일은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어젖힌 국민 승리의 날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시켰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인 200표를 4표 넘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 192명 전원에다, 국민의힘에서도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탄핵안 1차 표결 때는 집단 퇴장했으나, 이날은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하되 표결에는 참여했다. 직무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넘겨졌다.
12·3 내란사태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2차 표결이 진행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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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통과는 촛불 시민의 함성에 국회가 응답한 결과
다. 대통령이란 자의 광기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국가의 위신을 되살리고 전세계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 것은 시민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섰다. 지난 7일 탄핵안 1차 표결 때 수십만 시민은 국회 앞에 모여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을 외쳤으나, 국민의힘은 이를 외면하고 표결에 불참해 탄핵안을 폐기시켰다.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재기발랄한 깃발들과 응원봉을 들고 매일 국회 앞을 촛불로 밝히며 ‘민의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세대를 가릴 것 없이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고, 윤수일의 ‘아파트’와 로제의 ‘아파트’가 함께 어우러져 승리를 예감하며 국회에 함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의 12·12 망상·궤변 담화는 오히려 촛불의 강력한 에너지가 되었다. 탄핵 찬성 여론은 75%에 이르렀다.
우리 현대사는 늘 시민의 힘으로 쓰여졌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막아낸 것도, 2016~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헌재의 파면 결정을 이끌어낸 것도 시민이다. 그리고 오늘, 국회 앞과 전국 거리를 또다시 가득 채운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의 둑을 무너뜨렸다. 지난 열하루 동안의 충격, 공포, 혼돈, 절망, 분노, 무참함을 씻어내고 오늘은 다함께 큰소리로 시민이 승리했음을,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자축하자.
시민의 뜻을 위임받은 국회는 이번 내란과 탄핵 과정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우선, 대통령의 폭정을 견제할 유일한 헌법적 기구로서 입법부의 존재를 환기해줬다. 12·3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될 수 있던 것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두 시간만에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재빠른 ‘계엄 반대’ 메시지, 국회 담장을 타넘고 들어가 본회의를 주재한 우원식 국회의장, 군·경의 방해를 뚫고 본회의장에 결집한 190명의 여야 의원들이 있었다. 그날 국회의원들이 머뭇거렸다면, 무장 병력의 저지로 끝내 표결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상황이었을지 끔찍하다. 그리고 국회는 오늘 탄핵안 가결로 민의를 이행했다.
그러나 국회 원내 제2당이자 집권당 국민의힘이 보인 행태는 분명히 기억돼야 한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표결하던 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90명은 당사 등에 머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뒤 ‘계엄은 잘못’이라면서도 끝까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탄핵은 배신이고 보수 궤멸이며 이재명에 정권 상납’이라는 시대착오적이고 당리당략적인 이유를 들이댔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 때는 집단 퇴장해 국회의원의 기본 소임마저 내팽개쳤다. 108명 의원 가운데 오늘 표결 직전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을 밝힌 의원은 7명에 그쳐, 양심과 소신이 숨쉬기 힘든 ‘죽은 정당’임을 보여줬다. 이날 표결에 전원이 참여했어도 찬성표는 12표에 그친 점은,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국민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탄핵안 가결로 정국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은 제거됐다. 이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우선, 최장 180일의 헌재 탄핵심판이 남았다. 국가적 혼란과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헌재는 집중심리로 조속한 결론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체 9명 가운데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도 서둘러야 한다. 헌재의 탄핵심판과 별개로, 내란 수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수하들에 대한 수사와 단죄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내란 엄벌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고 역사에 분명한 교훈을 남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혼돈의 정국은 국회가 중심이 되어 수습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국회의 역할은 14일 이후 더 중요해졌다. 국회는 정부와 협력해 위태로운 민생·경제를 안정시키고,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이후’에 대한 고민도 과제다. 헌재에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날 경우, ‘60일 이내’ 규정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대선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조기 대선 분위기로 옮겨가는 것은 불가피하겠으나, 차분히 미래를 그려가는 일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에 민주주의의 강인함을 봤지만, 지도자 한 사람의 광기로 순식간에 국가와 국민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취약성도 확인했다. ‘제2의 윤석열’을 막고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해법 모색이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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