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동료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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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초선·울산 남구갑)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표결 직전까지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홀로 ‘탄핵 찬성 촉구’ 농성을 벌였다. 시위 대상은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이었다. 그는 이날 국회 본청에 입장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에 나서주실 것을 참담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적힌 피켓을 일일이 들어 보였다. 그런 설득이 통했던 걸까.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여당 의원 108명 중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져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흰색 목폴라와 감색 양복, 그 위에 황색 패딩을 걸친 그의 옷차림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그대로였다. 그는 당시 이튿날 새벽 1시쯤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172명의 야당 의원들과 함께 처리한 여당 의원 18명 중 하나다. 김 의원은 “그날 밤의 황망함을 생각하며 일부러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 옷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다.
이런 그의 행보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그의 지역구가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영남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평생 간다고 내게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보수의 배신자는 윤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게 진정한 보수의 길이라 생각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여기 서 있다”고 했다.
Q : 1인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
A : 제가 이 자리를 지킨다는 것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 아신다. 한결같이 서서 탄핵 찬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군가의 마음은 함께 움직일 것이다.
Q : 왜 탄핵에 찬성하나.
A : 국가적 혼란이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 12·3 사태가 발생한 지 거의 2주가 흘렀다. 그사이 성숙한 논의와 충분한 사실관계들이 밝혀졌다. 이제는 결정해야 하고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결단이 길어지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진다.
Q :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어떻게 보나.
A :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공정·자유는 물론이고 또 개방성과 포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정반대로 역행했다. 극우와 합리적인 보수 사이에서 복구 불가능한 갈라치기를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대국민담화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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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7일 1차 탄핵 표결에서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김상욱·김예지·안철수) 3명 중 하나였다. 다만 표결 직후 “당론에 따라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 고 밝혔다. 이후 사흘만인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비상계엄은 보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용인할 수 없는 절대적 잘못”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Q : 입장이 바뀌었다.
A : 비상계엄 당일부터 대통령에게 자격이 없고 빨리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만 안된 입장에서 최대한 당론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7일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한 뒤 서울역을 향하던 길에 차를 돌려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진영논리 속에 탄핵을 정략으로 삼는 민주당 역시 잘한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양 진영이 극단으로 치달아 서로를 악마화한 게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졌다.
14일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에게 다가가 자기 목에 두르고 있던 빨간색 목도리를 풀어 김 의원에게 둘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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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저마다 김 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친윤계 중진 윤상현 의원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보다 단합”이라고 말을 건넸고, 이에 김 의원은 짧게 “네”라고 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의원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붉은색 목도리를 “네 마음을 안다”는 말과 함께 둘러줬다. 김 의원은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용기에 감사하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없는 한 대표에게 탄핵의 책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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