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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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대의기관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제안되고, 표결되고, 개표되는 과정은 국회 앞에 모인 시민 200만명(주최 쪽 추산)에게도 낱낱이 전해졌다. 제안 설명은 숨죽여 들었고, 표결을 지켜보며 노래 부르고 춤췄다. 내란 이후 ‘마땅한 수순’을 단지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오후 5시, 시민들에게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졌다. 일제히 일어섰다. 누군가 폭죽을 쏘아 올렸다. ‘윤석열 탄핵’을 적은 풍선도 날았다. 시민의 시선은 국회의 푸른 지붕을 걸쳐 하늘을 향했다. 유쾌하게 웃고, 노래 부르고, 외치며 기다렸지만 ‘긴장’도 했다. 한 시민은 울었고 또 다른 시민은 숨을 몰아쉬며 주변에 과자를 내어주며 외쳤다. “간식 먹어요,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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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상’이 이겼다. 12·3 내란사태의 첫 수습 과정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시민은 끊임없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국회를 둘러싼 대로 곳곳을 “내란이 앗아갈 뻔한 일상을 지키겠다”는 시민이 메웠다. 인파를 감당 못 한 지하철은 오후 2시45분께부터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민은 모여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서강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유아차를 끌고,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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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을 잡고, 강아지를 안은 모습이었다.
속속 드러나는 내란의 정황, 민주국가의 공당이라기엔 이해할 수 없는 여당의 행태, 사과 대신 황당한 합리화로 채워진 대국민담화로 분노가 이글댔다. 다만 분노는 폭력이 아닌 유쾌함과 발랄함으로 표출됐다. 응원봉을 흔들고 각자 만든 기상천외한 소품과 깃발을 들었다. 여의도 곳곳엔 시민들이 선결제한 ‘공짜’ 새참과 방한·의료용품이 즐비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임아무개(58)씨는 이 광경에 “국민들 마음 다 똑같구나 싶다”고 했다.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열리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시민들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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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뛰쳐나온 활자중독자 모임’ 깃발 아래 모인 시민들은 책을 읽었다. “책! 안 읽으면 저렇게 됨”이라고 ‘내란 세력’을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부모님 몰래 서울 온 티케이(TK)장녀 연합’ 깃발을 든 임근희(31)씨는 “우리가 뽑아서 국회의원 된 건데 투표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커피를 나눠주러 온 안가윤(44)씨는 “제가 내성적이지만 함께할 방법을 찾다가 커피를 드리면 추울 때 몸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가수 이한철도 집회 무대에 올라 “유쾌한 분노로 노래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총을 든 군인들이 왔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인데 그 일을 꾸민 내란수괴가 여전히 용산에 있다는 게 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유쾌함 와중에도 슬픔은 어쩔 수 없다. 김복순(70)씨는 “이렇게까지 모여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시민의 모습도, 그런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윤석열의 모습도 참 슬프다”고 했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는 윤 대통령 앞에 분노와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내란 이후, 일상으로 향하는 첫 단추를 꿴 시민들은 탄핵 ‘다음 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전국집에누워있기연합’ 깃발을 휘날렸던 지승호(25)씨는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청소년, 노약자들도 함께 왔다”며 함께 선 시민의 모습을 일깨웠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대표는 엎드려 “비장애인의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장애인도 누리는 민주주의를 보여달라”고 했다. 국회의사당역에선 아리셀참사피해자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이 줄이었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머리 위로 승리한 일상의 노래가 울렸다.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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