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반대에도 찬성표 최소 12명…지도부 책임론 나올듯
'배신자 프레임' 두고 친윤·친한 계파 갈등 가능성도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에 촉각…권성동, 일단 제동 걸어
"심리적 분당 상태 올 수도…실제 분당 가능성은 낮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2.12. kkssmm99@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처럼 당이 분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연쇄 사퇴에 따른 한동훈 체제 붕괴 시나리오가 꽤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나아가 심리적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다만 8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분당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여야 의원 300명의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204명, 반대 85명으로 가결됐다. 무효는 8명, 기권은 3명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00명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야당 소속 의원 19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이번 표결에서 여당의 찬성표는 12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무효와 기권표까지 더하면 '이탈표'는 23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8년 전에도 탄핵 정국을 겪었던 당 중진들은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결 전부터 공개 찬성 의사를 밝혔던 의원 대부분이 친한계일 뿐 아니라, 한 대표도 '당론 찬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치명적인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두고 계파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조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 중진 세력은 앞서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를 주목한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전체 106표 가운데 3분의 2를 넘는 72표를 얻은 바 있다. 이에 적어도 세력 규모에서는 친한계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5선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 당에 친윤(친윤석열계)이 72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이 수는 비한 또는 반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선거가 진행되기 전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를 '사실상 내란 자백'이라고 규정하면서 친윤계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는데, 당 내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5선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대응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가벼웠다"며 "한 사람이 가볍게 나섰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따라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날인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12.14. kch0523@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대표와 권 원내대표의 투톱 구도가 형성되면서 탄핵안 가결 이후 친윤계와 친한계의 주도권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최고위원 가운데 친윤계는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 등 3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한계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의 결정에 따라 '한동훈 체제'는 무너질 수 있다.
이미 김민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 가결되면 사퇴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서 "지도부 사퇴를 결정한 적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당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며 미묘한 입장을 보였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사퇴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책임감 있게 청년 최고위원으로서 잘 이끌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는 직접 친윤계 최고위원 등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지도부 붕괴는 막은 것인데, 앞으로 대선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 진영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명이 한 대표이기도 하다.
다만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이준석 의원이 당대표에서 물러날 당시 권 원내대표는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권 대표 직무대행과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 등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당 지도부는 붕괴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대표가 대선 준비를 위해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 깊이 사죄한다'고 말하고 사퇴한 이후에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팬덤이 있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고 당을 떠나 있던 다른 사람에게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소속 당직자는 통화에서 "당장 분열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면서 계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심리적 분당 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탄핵 사태로 분당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탈당을 하더라도 따라 비례대표 의원들이 많은 친한계 의원들 중에서 따라 나갈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8년 전 탈당했던 사람들의 실패 경험을 잘 알고 있어서 분당 사태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날인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12.14. kch0523@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