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결정 어려운 국정마비 수개월 이어져…골든타임 대응 어려워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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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이후 주요 무역 대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거센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정상(頂上)'의 직무가 정지된 '정상(正常)' 아닌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통상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비준 등 전반적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다만, 외교 정책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므로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으로, 한 총리의 스타일로 봐서는 관리형 내각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통령 탄핵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국정마비 사태가 수개월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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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통상 외교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25%씩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세 국가의 공통점은 미국을 상대로 한 10대 무역수지 흑자국이라는 점이다. 이외 7개국은 독일·이탈리아·아일랜드·일본·대만·베트남과 우리나라다. 언제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과 이후 한국 정부가 대응해야 할 대미 통상 현안이 적지 않지만, 대통령의 직무 정지 등 한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은 통상 외교에 대한 협상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탄핵 이전 비상계엄 선포·해제 등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한국의 관세 부과를 예상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 조합은 거의 확실히 10% 이상의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의미한다"라며 "한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전에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직 참모의 말을 빌려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 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여름이 지나도록 계속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11월 7일 서울 용산구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 관련 방송을 보고 있다. 앞 TV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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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 탄핵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국정마비 사태가 수개월 동안 이어지게 됐다"라며 "내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무역과 국제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정부 간 상호이익을 조율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정권 획득 가능성이 있는 탄핵 추진 세력의 대외 입장이 국제사회에 강하게 전달됐는데, 이는 향후 미·일과의 협상 과정에서 엄청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경제팀의 대응으로 우려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와 외교는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팀이 중심을 잡으면 우려하는 것만큼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세종=노승길 기자 (noga81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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