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헌정 최초 대통령 탄핵심판…"파면할만한 중대 사유 아니다"
朴, '최순실 게이트'서 촉발…"헌법 수호 의지 드러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두 전직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노 전 대통령은 기각, 박 전 대통령은 파면으로 달랐다.
"개혁, 참 느리다"…노무현 전 대통령 친필 메모 공개 (CG) |
◇ 노무현,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심판…63일만에 '기각'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심판이었다.
총선을 불과 33일 남긴 2004년 3월 12일 당시 야당들은 노 전 대통령이 총선 국면에서 신생 정당이던 열린우리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195명이 참여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당시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려던 야당과 이에 맞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격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결 63일 만인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헌재법상 탄핵심판에 대해 재판관이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당시 |
헌재는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파면은 '중대한 직무상 위배'로 해석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을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등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
측근 비리의 경우 대통령 취임 전 사안은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취임 후 측근들의 불법자금 수수 등 비리 사실에 대통령이 관여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불성실한 정책수행 등으로 인한 '경제 파탄' 부분은 성실한 국정 수행이 대통령의 의무이기는 하나 규범적으로 관철될 성격이 아니므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당시 탄핵심판 과정에서 소추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탄핵안 의결 당시 사전 질의 및 토론 절차가 생략돼 탄핵 각하 사유가 된다는 게 당시 대통령 대리인단 측 주장이었다.
헌재는 본회의 진행 등은 국회의 재량인 만큼 부적법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며 '각하'가 아닌 '기각' 선고를 내렸지만, 최종 결정문에서 '탄핵 의결 과정이 좀 더 충실히 이뤄졌어야 했다'는 의견을 세 차례나 밝히는 등 소추 절차상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장 |
◇ 박근혜, 2016년 12월 탄핵안 가결…91일 뒤 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촉발됐다.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고 국회는 2016년 12월 2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에는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 등으로 국민주권주의, 생명권 보장 등 헌법을 위배했다는 점과 뇌물죄, 직권남용·강요죄 등 각종 법률을 위배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일주일 뒤인 12월 9일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참여해 가결 정족수(재적의원의 3분의 2)를 넘는 찬성 234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헌재는 3개월 뒤인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 의결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돼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
당시 헌재가 심리한 주요 쟁점 중 파면에 결정타가 된 것은 '최순실 국정 개입 허용 및 권한 남용' 부분이었다.
헌재는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이 다량 유출되고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나선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미르·K재단을 통한 최순실의 이권 개입을 도와줌으로써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도 중대 사유로 지목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대처와 관련해선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성실한 직책 수행 여부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아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당시에는 박한철 전임 소장 퇴임 뒤 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8명의 재판관이 탄핵을 결정했는데, 박 전 대통령 측에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헌재법상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헌재는 결정문 요지에서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며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하는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재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역대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사례 |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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