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1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표결 결과를 말하는 순간 대전 은하수네거리에 모인 이를 함께 지켜보던 시민들이 소리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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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주말을 기꺼이 반납하고 길바닥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은 대형스크린 속 우원식 국회의장 입을 향해 있었다. 수만명이 숨죽인 그 1분, 모두 쥐죽은 듯 같은 것을 간절히 희망했다.
“총 득표 수 300표 중 가 204표….”
우 의장의 발표가 미처 끝나기 전, 벼락같은 환호가 하늘로 솟구쳤다. 색색의 응원봉을 든 학생들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이라도 한 것처럼 소리 지르며 부둥켜안았고, 추위를 무릅쓰고 거리를 지킨 어른들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그 순간, 마음껏 자신들의 승리를 환호했다. 역사의 현장에서 지역의 경계는 없었다. 모두가 하나였다.
14일 오후 부산의 부산진소방서 근처 거리에 모인 부산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 김영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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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탄핵 표결이 진행된 14일 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전국 60곳에서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렸다. (관련기사: 14일 전국 ‘탄핵집회’ 언제·어디서?…한겨레가 구글지도로 모아봄) 이날 오후 3시부터 부산진소방서 근처에서 진행된 부산 집회에는 5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다. 전포대로 4∼6개 차로 600여m 구간이 내란 피의자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부산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집회 장소로 들어가는 길목에선 탄핵 집회 참여 인파가 몰려 걸음이 늦어질 정도였다. 시민들은 함께 "내란 수괴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김란(부산진구)씨는 "아들이 전방에서 군 복무 중이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 때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윤석열 패거리와 국민의힘 쓰레기들은 국민이 처단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14일 오후 울산 집회 현장에 나타난 ‘탄핵 토끼’. 주성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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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충북도청 앞에 모인 시민 1만여명이 환호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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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울산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도 1만여명의 시민이 나와 3개 차로를 가득 채우며 “탄핵”을 외쳤다. ‘불법 비상계엄, 초등학생인 나도 안다’고 적힌 그림과 별 모양 응원봉을 들고나온 박리나(12)양은 “살면서 계엄을 보게 될 줄도, 촛불집회를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될 줄도 몰랐다”며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며 놀 시간인데, 윤석열 때문에 내 일상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청주 충북도청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 나온 시민들도 분노가 환호로 바뀌는 역사의 순간을 함께했다. “밥도 안 먹히고, 잠도 안 오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아 나왔다”는 조정현(55)씨는 “30년 만에 나왔다. 윤석열이 탄핵당하는 순간을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응원봉 대신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품고 나온 이은규(58)씨는 “박근혜 탄핵 때도 나왔는데 그때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함께하고 있다”며 벅차했다. 이날 청주에서도 1만명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윤석열 탄핵안 통과 순간을 같이 지켜봤다.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 감귤옷을 입고 출동한 강아지 ‘열무’. 허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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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14일 은하수네거리로 나온 대전시민들. 최예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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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대구 탄핵 집회에 모인 5만여명의 대구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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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도 윤석열 탄핵을 바라는 시민 4만5천여명이 민주주의의 광장을 메웠다.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앞 6개 차도가 228공원까지 사람으로 가득 찼다. 탄핵안 가결 순간 그들 역시 깡충깡충 뛰며 동료 시민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대전 은하수네거리에도 2만여명이 모여 탄핵안 가결을 한마음으로 빌었다. 이날은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12·3 내란사태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
14일 오후 광주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 김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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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후 45년 전 5·18항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야만 했던 광주시민들도 이날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를 가득 메운 4만여명은 탄핵안이 통과된 순간 “국민이 이겼다”며 얼싸안았다. 환호와 눈물로 뒤섞인 역사의 현장에서 그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구속하라”며 더 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시민 조아무개(57)씨는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 의식이 이룬 역사에 함께하고 있다는 게 기쁘다”며 울먹였다. 땅거미 내려앉은 금남로에는 1980년 그날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2024년의 ‘아파트’가 함께 울려 퍼졌다. 차마 떠나지 못한 이들이 그곳을 지키며 슬픔 속 기쁨을 함께했다. 모두가 하나였다.
최예린 정대하 오윤주 김영동 주성미 김규현 김용희 허호준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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