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 '일시 해소'…내수는 위축·고환율은 상수
대외 '관망심리' 짙어질 듯…불확실성 해소 최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적 측면은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자해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한숨 돌렸지만 외환시장 충격과 대외 신인도 추락 등 한국 경제가 입은 상처는 단기간 내에 치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이 한목소리로 "민생과 경제 우선"을 내세우는 건 다행스럽다. 여야정이 협력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우리 경제를 향한 싸늘한 시선도 누그러질 것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최장 180일의 헌법재판소 심리가 개시됐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최악의 경우 내년 여름까지 정치 리더십 부재와 정국 혼란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지만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 조성으로 이 수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진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정책 수단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달러 대비 14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도 한동안은 상수로 봐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지속이 예상되는 탓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쌓아둔 외화를 야금야금 소진 중이라 외환보유고 감소는 물론 국가 신인도 타격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많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리스크가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외적으로 자본 유출과 고환율이 시급한 문제다. 정치적 혼란으로 국가 신인도가 하락했고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가 우려된다"며 "국내적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정이 실질적 협력 체계를 구축·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도 화답하고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는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긴급 거시경제금융간담회(F4 회의)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을 신속하게 할 것"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외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주경제=김성서·장선아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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