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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우리 사회 火가 너무 많다... 큰 우물 빠져 나뭇가지에 매달린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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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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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지난 12일 통도사 서운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분열은 공멸을 부른다"며 "타협과 경청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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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입니다. 심히 걱정됩니다. 모든 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욕심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性坡·85) 스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어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라는 세속의 격랑은 적막한 산사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은 “2022년 3월말 취임 법회 때 ‘봄이 오고 꽃이 피는데 사람 마음은 차갑다’고 즉석 법문을 한 이유가 민심의 분열과 갈등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며 “지난 2년여 동안 그 차가운 마음이 전혀 풀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파 스님은 “모든 일에는 질서가 있는데 욕심 때문에 질서가 무너졌다”며 “모두가 육체의 시력은 좋은데 욕심 때문에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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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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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욕심 내려놓기’를 강조했다.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이 자칫 대한민국의 분열과 공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되거나 경제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바다에 이는 파도의 흐름 같은 것, 나라만 유지된다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며 “주변에서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때 분열은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우리 사회에 화(火)가 너무 많다”며 “지금 보면 우리는 모두가 진심(嗔心·성내는 마음) 덩어리라, 상대를 잡아먹으려 하고 적(敵) 중의 적으로 생각한다”며 “타협하고 경청하는 인성 교육과 인욕(忍辱·욕된 것을 참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심판도 법대로 한다고 하는데 법조차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법대로 한다면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데, 이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고, 저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면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쪽 법과 저쪽 법이 다른 건지…. 그래도 법대로 할 수 밖에 없지요.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가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할 따름입니다.”

12일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스님을 직접 만났고, 14일 국회 탄핵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인 15일 오전 다시 전화로 말씀을 들었다.

다음은 성파 스님과 나눈 문답.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세상이 혼란스럽습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상대에 대해서는 욕심이라고 하고 자신은 사명감이라고 하지요.

“모두가 아전인수(我田引水)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말과 행동 그리고 속마음이 다 다른 거지요. 세상엔 질서가 있습니다. 자동차 수 백 대가 다녀도 정해진 차도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부딪치지 않고 질서가 잡혀요. 직물을 짜는 실[絲]에도 사도(絲道)가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얽혀서 조직이 됩니다. 실이 엉클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이런 이치는 모두가 알고 있어요. 모두가 아는데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욕심입니다. 욕심 때문에 질서대로 안 하고, 법대로 안 하고. 누가 잘 한다, 못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욕심이 지나친 것이 문제입니다.”

-2022년 3월말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종정 취임 법회 때 미리 배포한 법어 대신 ‘봄이 오고 꽃도 피었는데 우리 마음은 왜 이리 차가운지’라고 즉석 법어를 하셨지요.

“그때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서 새 대통령이 뽑히고 아직 취임은 하기 전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좀 복잡해보였어요. 그런 점이 걱정 돼서 ‘봄이 왔는데 인심(人心)은 왜 이렇게 냉각하냐’고 했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후로도 인정은 안 풀린 거예요.”

-그날 ‘나이 칠십, 팔심이 되면 경험도 많고 아는 것도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거 싹 다 잊어버리고 초발심으로 돌아가자’고도 하셨지요.

“그래서 ‘준비한 법어를 통도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싹 잊어버렸다’고 한 겁니다. 기존의 것을 고집하면 화합이 안 돼요. ‘내가 잘났다, 훌륭하다’ 이런 기존의 것을 싹 잊어버리고, 나와 너 없이 새 출발하자, 화합하자는 뜻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화합은 안 됐습니다.

“그것도 욕심 때문이에요. 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속마음도 다르고. 우리가 과일 나무 한 그루를 키워도 거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다 있어요. 나무가 말을 못 해도 농부는 나무가 필요한 걸 다 알아요. 그걸 알아듣고 수분과 비료를 주고 병충해도 막아주고. 과일이 맺히지 않는 가지는 영양분만 빼앗아가니 쳐주기도 하고요. 과일 개수도 조절해 과잉 공급이 되지 않도록 하고요. 지도자는 이런 걸 해야 합니다. 대소부동(大小不同)이지만 이치는 하나입니다. 유교에서도 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라 하고, 불교에서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 하지요. 이치는 한 가지입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는 많아졌는데 전체를 아우르고 화합하고 이끌 지도자를 길러내지 못한 것인가요.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며 각각 딴소리를 하는 격이지요. 신재영상막심산(身在嶺上莫尋山), 산에 있으면서 산을 찾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산은 겹겹이 돼있는데 각각의 골짜기로만 파고 들어 산 전체를 못 보는 것이지요.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말도 있어요. 천리를 보고자 한다면 한 층 더 올라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시력은 좋은데 욕심이 눈을 가려 보지를 못하고 있어요. 육신의 안목을 넘어선 통찰력이 부족합니다. 전문성, 전문성을 따지다보니 위입서궁(蝟入鼠宮), 고슴도치가 쥐를 잡으러 쥐구멍에 들어갔다가 가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항상 뒤돌아보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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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지금 세상에 화가 너무 많다. 모두가 성내는 마음[嗔心·진심]으로 상대를 적대시하고 있다. 본래 마음[眞心·진심]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스님이 머무는 통도사 서운암에서 촬영한 모습.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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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에 분노, 화가 많습니다.

“마음은 하나인데 생각은 천차만별입니다. 불교에서는 청산(靑山)과 백운(白雲)에 비유합니다. 청산은 마음의 주인이고 백운은 객(客)입니다. 청산은 그대로인데 흰 구름은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배를 부두에 접안시키는 것에 비유해 보지요. 배는 부두에 닿아야 물건을 부리고 사람이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완충작용이 없으면 배가 깨지든 부두가 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눈만 뜨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생각이 많으면 생각끼리 충돌하고요. 이럴 때 잘못하면 화가 끓어오르지요. 배가 접안하듯이 항상 완충 작용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든 사회든 관용, 너그러움이 있어야 합니다. 진시심중화(嗔是心中火) 소진공덕림(焼盡功德林) 욕행보살도(欲行菩薩道) 인욕호진심(忍辱護眞心)이라. 성냄은 마음의 불이라, 공덕의 숲을 불태워버린다. 보살도를 행하려 할진대 진심(眞心·참마음)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보면 모두가 진심(嗔心·성내는 마음) 덩어리라. 상대를 잡아먹으려 하고 적(敵) 중의 적으로 대하고.”

-화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요.

“인욕(忍辱·욕된 것을 참음)입니다. 인욕은 자꾸 연습하고 훈련하고 복습해야 합니다. 인욕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연습을 하지 않으면 몸에 배지 않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하든 태권도, 유도를 하든 계속 연습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되면 저절로 몸이 반응하듯이 인욕도 끊임없이 훈련해야 합니다.”

-국회 탄핵 이후의 혼란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은 법대로 차근차근 질서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법조차도 아전인수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법대로 한다면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데, 이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고, 저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면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쪽 법과 저쪽 법이 다른 건지…. 그래도 법대로 할 수 밖에 없지요.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가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할 따름입니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도 걱정입니다.

“분열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魔)가 끼어듭니다. 분열은 정말 위험합니다. 정권이 바뀌는 것은 병가지상사입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성즉물패(物盛則物敗)라, 성하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라는 유지되니까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그 정도까지 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수했기 때문에 그나마 넘어갔지요. 충돌이 벌어지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지금 큰 우물에 빠져 나뭇가지 하나에 매달린 형국입니다. 밑에서는 용이 입을 벌리고 있고 위에서는 맹수들이 노리고 있고요. 주위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이럴 때 분열은 파멸입니다. 나라가 망해서는 안 됩니다. 왜정을 겪어본 우리 세대로서는 그게 걱정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인성 교육입니다. 인성이 메말랐다는 것은 다른 말로 타협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집과 배타성이 강해지면서 타협과 경청이 부족해졌습니다. 타협이 없으면 공존이 안 됩니다. 인간은 인륜(人倫)이 있잖아요. 가정이 있고 이웃이 있고 사회가 있고 국가가 있고. 그런데 그 질서가 무너지고 네가 죽든지 말든지 나만 살면 된다고 하면 모두가 망해요. 공존이 아니라 공멸입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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