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에 인사 올스톱…내부는 뒤숭숭
'주요 인사 체포조 가담 의혹' 검찰 수사선상에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경찰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내란을 공모한 혐의로 동시에 구속된 것이다. 사진은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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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우리 사회에는 하나를 꼽기 힘들 만큼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 더팩트 사건팀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묶는 인상적 이슈 3가지를 선정해 결산 기사로 싣는다. 두번째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의 사상 초유 동시 구속이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내란을 공모한 혐의로 동시에 구속된 것이다. 조 청장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도 정지됐다. 경찰 수장 공백에 예정됐던 승진·전보 인사까지 멈추면서 조직의 혼란은 가중됐다. 경찰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검찰이 계엄 당시 경찰의 주요 인사 체포조 가담 의혹을 정조준하면서 수사선상에 오르는 경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尹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
2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에 따르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47분께 6개 경찰기동대를 국회 출입문에 배치하고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이후 11시6분께 김 청장 건의로 신분 확인 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 출입을 허용했으나 계엄포고령이 발표되자 오후 11시37분께 다시 국회 출입을 금지했다.
특수단은 지난 6일 조 청장과 김 청장, 목현태 서울청 국회 경비대장 등 3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에는 조 청장과 김 청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뒤 곧바로 불러 조사했다.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밤샘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긴급체포됐다. 특수단은 지난 13일 두 사람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 20일 검찰에 넘겼다. 출석 조사부터 송치까지 불과 10일 만이었다.
특수단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을 선포하기 약 3시간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 청장, 김 청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으로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계엄 선포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을 적은 A4용지 1장을 두 사람에게 각각 하달했다. 조 청장은 해당 문건을 공관에서 찢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김 청장도 문건이 현재 자신에게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계엄 선포 이후에는 보안처리된 일명 '비화폰'으로 윤 대통령과 여섯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하라"며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게 조 청장 측 주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에 동조한 혐의 관련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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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조직 쇄신 빠르게 이뤄져야"
조 청장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직무도 정지됐다. 조 청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경찰법 15조에 따라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헌법재판소 심판 전까지 직무를 대행한다.
수장의 공백으로 경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경찰관은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이 수갑 찬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보였다"면서도 "계엄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한 발언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하루 속히 청장을 탄핵하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직원은 "대통령을 잡았다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경찰, 검찰, 공수처 모두 경쟁이 치열한 것 같은데 사실 일선 경찰관들은 그런 갈등을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업무 자체만으로 너무 바쁘다"며 "청장의 탄핵 결정과 함께 조직 쇄신도 빠르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12월 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정기 승진·전보 인사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까지 공석인 상황에서 직무 대행의 인사권 행사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고위급 간부는 "차장이 청장 직무를 대리한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고 부담이 될 것"라며 "직무 대행이 승진 인사와 보직 인사를 한다면 잡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총경급 이하 인사를 먼저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위직 인사가 멈춘 상태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이고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백이라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사태가 당황스럽고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향하는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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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 10명 체포조 투입 의혹…"명단 단순 제공, 검찰 주장 사실과 달라"
이에 더해 계엄 사태에 따른 경찰의 수난은 1·2인자 동시 구속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시도에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가 협조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국수본의 주요 인사 체포조 가담 의혹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계엄 당시 경찰관 총 3144명이 동원됐다. 특수본은 이 중 10명이 국회 주변에 주요 인사 체포조로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수본이 방첩사로부터 체포조 인력 지원 요청을 받고 영등포경찰서 형사 10명의 명단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수본은 방첩사의 수사관 지원 요청에 따라 서울경찰청에 광역수사단 소속 경찰관 104명의 명단 작성을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특수본은 방첩사의 요청이 조 청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104명의 명단이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수본은 방첩사 요청이 아닌 영등포경찰서 자체 판단으로 사전에 현장에 나간 형사 10명 명단을 단순 제공한 것이라며 체포조 가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방첩사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도 전달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 본부장에게까지 보고됐다는 검찰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방첩사로부터 연락받을 당시 체포라는 표현은 있었지만, 계엄법 위반 관련 체포로 인식했고 주 업무는 안내 지원으로 이해했다"며 "경찰의 역할은 단순 안내 및 비상소집 명단 제공에 그쳤고 10명의 형사들은 체포에 필요한 수갑 등 장비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망이 우 본부장 등 국수본 지휘부를 비롯해 계엄 사태에 동원된 경찰 등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한 만큼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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