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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outlook] ‘오징어 게임2’ 민주주의는 자본의 무자비함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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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오징어게임2’는 잔혹한 게임을 이어가려는 프론트맨(이병헌)과 멈춰세우려는 기훈(이정재)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게임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은유한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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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가 2주 연속 넷플릭스 주간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가 ‘오징어 게임’의 인기 요인과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분석했다.

    “넌 그 비행기를 탔어야 했어. 네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는 프론트맨(이병헌)이 기훈(이정재)에게 하는 경고로 문을 연다. 그건 ‘선택’에 대한 경고다. 시즌1 엔딩에서 미국으로 향하려던 기훈은 발길을 돌리며 프론트맨에게 선전포고한 바 있다.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용서가 안돼. 너희들이 하는 짓이.” 돌아온 기훈은 이 잔혹한 게임을 끝장내려 한다. 프론트맨의 경고와 기훈의 선전포고, 시즌2는 이 두 흐름의 부딪침을 그리고 있다.

    시즌2 초반 기훈이 어렵게 찾아낸 딱지남(공유)은 노숙자들에게 다가가 빵과 복권을 내밀며 선택하라고 한다. 빵을 선택하면 모두가 나눠 먹을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히 확률이 낮은 복권을 선택한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한 가치로 추구되는 자본의 방식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바로 그 자본의 방식을 게임이라는 틀을 통해 보여준다. 456명이 참여해 1인당 1억씩 배정된 목숨값을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적립해 최후의 1인이 456억을 독식한다. 이 게임이 복권과 다른 점은 욕망한 결과가 실패로 돌아올 때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이건 고도화된 자본화가 승자독식의 틀 안에서 운용될 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몇몇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지만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길바닥으로 내몰려 죽어간다.

    시즌1이 그 자본의 잔혹한 작동 방식을 게임을 통해 알게 되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그 게임과 맞서는 이야기다. 시즌2에 새로 도입된 룰은 매 게임 후 다음 게임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투표에서 한 표라도 ‘X’가 더 나오면 게임은 중단되고 그간 적립된 돈을 살아남은 참가자들이 나눠 갖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방식이다. 더 많은 이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그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의 방식은 비합리적이고 잔혹한 자본의 방식 앞에 번번히 무력해진다. 참가자들은 나눠 가질 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한 판 더’ 게임을 하겠다는 ‘O’에 투표한다. 시즌2에서 자본의 방식을 대변하는 프론트맨이 게임에 참가해 민주주의 방식으로 게임을 멈추려는 기훈과 함께 한다는 설정은, 민주주의 시스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자본의 힘을 은유하는 것만 같다.

    과연 기훈은 프론트맨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자본의 무자비한 방식들을 민주주의는 극복해낼 수 있을까. 프론트맨과 기훈으로 대변되는 자본과 민주주의의 대결을 그리는 ‘오징어 게임2’는 시즌3으로 가는 빌드업이고, 그래서 미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확장된 세계로 나온 시즌2의 서사는 여전히 흥미롭고 대결의식은 더 팽팽해졌다. 특히 현 탄핵 정국에서 우리가 느끼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희망과 무력감을 떠올려본다면, ‘오징어 게임2’가 던지는 ‘선택’에 대한 질문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연세대 국문과 졸업. 저서 『숨은 마흔 찾기』,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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