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7 (일)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팽이, 실제론 너무 잘 돌려서 문제였죠"…‘오겜2’ 이병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배우 이병헌.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는 시즌2에서 ‘오영일’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속이고 게임에 참여한다. 그는 성기훈과 같은 편인 척을 하며 더는 죽는 사람이 없도록 게임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기훈의 믿음을 비웃는다. 그런데 기훈을 바라보는 인호의 표정은 복잡미묘해서 단순히 비웃음이나 적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숨죽이고 보게 되는 게 아슬아슬한 게임 장면만이 아닌 이유다. 기훈을 조용히 응시하는 프론트맨 인호를 보며 시청자들은 그의 알 수 없는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프론트맨은 기훈도 자신과 똑같이 무너지고 믿음을 저버리길 바라는 인물이에요. 중간중간 기훈을 뒤에서 쳐다볼 때는 ‘너의 신념이 잘못됐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거야’ 하는 감정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약간의 열등감도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은 (신념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는데 기훈은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니까요.” 인호를 연기한 이병헌은 기훈을 바라보는 인호의 감정에는 기훈에 대한 부러움이 섞여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호는 비관적인 사람이다. 인호는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고 아내랑 아이를 잃으며 삶에 아무런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게임에 참여하며 인간의 밑바닥을 이미 경험했다.



    기훈은 게임의 참가자들을 구해야 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라면 인호는 행동 하나하나가 물음표를 남긴다. 비관론자이면서도 선하게 웃는 얼굴로 다른 참가자들의 게임을 응원하고 기훈을 방해하려고 하지만 기훈 편에 서서 투표에 참여한다. 작품마다 연기력으로 호평받는 이병헌에게도 그런 인호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기를 하는 내내 황동혁 감독과의 조율이 필요했다. “저는 절제하자고 하고 감독님은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고 매 장면마다 그 선을 맞추는 과정이었어요. 인호는 비관론의 끝에 있는 사람인데 (오영일로 게임에 참여해) 평범한 사람인 척을 한대도 저런 웃음과 환호가 나올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서 저렇게 표현하는 게 재밌다는 걸 깨달았어요.”



    황인호, 프론트맨, 오영일이라는 세가지 얼굴을 표현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게임을 겪기 전 형사로 일했던 황인호, 게임의 모든 상황을 겪는 프론트맨, 참가자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오영일까지. 이 세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두고 연기할지가 중요했어요. ‘여기선 영일을 비치게 할까요?’ 하면서요. (3라운드인)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할 때 정배(이서환)와 한 방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세 캐릭터가 순식간에 번갈아가면서 보이도록 했죠.”



    한겨레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라운드인 5인6각 근대 5종 게임에서 인호가 맡은 것은 팽이 돌리기였다. 그가 다른 팽이 돌리기를 계속 실패하며 다른 참가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설정이었는데, 이병헌이 팽이를 너무 잘 돌려서 문제였다고 한다. “연습 때문에 저절로 잘하게 되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몇개월 전에 미리 (근대 5종 게임) 굿즈를 받았거든요. 보이면 연습하고 또 하고 이러면서 (실력이) 쌓인 거죠. 제일 자신있는 건 사실 제기차기에요.”



    이병헌은 2000년대 초반 헐리우드에 진출해 ‘지 아이 조’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블록버스터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헐리우드 작품에 출연했을 당시보다 ‘오징어 게임’에서 출연했을 때 해외 팬들로부터 큰 성원이 오는 것을 보며 그는 한국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헐리우드 작품을 찍었을 때 ‘세상 모두가 다 나를 알겠다’ 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기도 전에 (홍보차) 해외에 갔는데 팬들이 환호를 지르더라고요. 제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을 했을 때도 받지 못한 성원을 한국의 작품으로 한국 감독, 동료들과 받는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