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닷새 앞둔 1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텔레비전 고별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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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별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억만장자들이 지배하는 과두정으로 변질되고 ‘기술-산업 복합체’가 미국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20일에 퇴임하는 바이든은 15일 저녁(현지시각)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고별 연설에서 “오늘날 문자 그대로 우리의 민주주의 전체를 위협하는 극도의 부, 권력, 영향력을 지닌 과두정치가 형성되고 있으며, 우리의 기본적 권리, 자유, 모두가 전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50여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바이든의 이런 발언은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억만장자들의 결탁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하며 최측근으로 삼고, 헤지펀드 창업주인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또 투자은행 최고경영자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내각과 그밖의 주요 보직을 억만장자들로 채우고 있다. 자신도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가 역대 최대 ‘부자 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시민 전체나 약자들보다 갑부들 이익을 앞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거대 기업들과 강하게 유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팀 쿡,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등 경영자들이 앞다퉈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그를 ‘알현’했다. 이들을 비롯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취임식에 거액을 후원하고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참석하는 등 트럼프에게 적극 접근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런 상황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재임 1953~61)이 군과 방위산업체들의 유착을 표현한 ‘군-산 복합체’에 빗대 ‘기술-산업 복합체’라고 묘사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 안팎의 이런 세력이 결탁하면서 “소수의 엄청난 부자들 손에 권력이 위험하게 집중”되는 과두정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두정은 소수 재력가들이 장악한 정치 체제를 뜻한다. 바이든은 “그들의 권력 남용이 제어되지 않으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가짜 정보의 사태”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양상으로 지목하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팩트 체킹’을 폐지하기로 한 것을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이는 메타의 행보에 대해 “정말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바이든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 최초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고 백악관에 입성하는 트럼프를 직접 겨눴다. 그는 “우리는 어떤 대통령도 재임 중 저지른 범죄를 면책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권한은 절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이 ‘1·6 의사당 난동 사태’를 일으키도록 사주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연방대법원은 “대통령 재임 중 공적 행위는 면책 대상”이라며 그를 도와줬다. 하지만 그는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 관련 회계 부정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대통령 당선을 이유로 ‘조건 없는 석방’이라는 형 선고를 받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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